선운사에서 구불구불한 실개천을 따라 오래된 길을 걷고 싶다. 폭이 넓지 않아 차가 다닐 수 없는 한적한 오솔길을 걷고 싶다. 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한 고요한 숲길을 걷고 싶다. 졸리운 오후의 햇살이 늘어져있다. 헐벗은 은행나무 사이로 몇장 남지 않은 단풍잎이 흔들리고 있다. 山寺의 목탁소리.. 詩調 2019.11.24
소비와 생산, 그리고 창조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말이 덕담처럼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평생 소비만 하다가 살다가 죽기는 싫어서 생산적인 삶을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친 글귀가 있다. 그 책은 최성각 산문집 '달려라 냇물아' 이다. 소비 뿐만아니라 생산 조차도 이미 불필요한 사회에 진입해 버렸다... 詩調 2018.11.06
복분자딸기 Rubus coreanus 장미과 Rubus coreanus 낙엽 활엽 관목 산기슭 양지쪽에 산다. 복분자의 고장 고창의 선운사 입구에 몇 그루의 복분자딸기가 심어져 있다. 꽃받침만 있는 봉오리도 있고 꽃받침이 살짝 벌어져 연자줏빛 속살만 보이는 봉오리도 있고 활짝 핀 정도를 달리한 꽃송이들도 있고 하얀 꽃잎을 떨구.. 詩調 2018.05.24
거미 시골에 살다보니 걸레질을 할때 무심코 걸려드는 생명들이 있다. 모두다 생명이니 공간을 나누며 살아야겠지만 방 하나를 같이 나누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들. 우리 인간의 눈에는 하잖은 미물인 존재들. 무심한 나의 손길 발길에 생명을 잃을까봐 밖으로 쫓아내지만 과연 밖이 안보다 .. 詩調 2018.05.18
나도수정초 '날마다 몇자라도 끄적여야겠다'라고 결심했는데 꾸준함이라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글을 많이 써보는 방법 말고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리에 앉아 펼쳐서.. 한 줄 쓰고 한 줄 읽고.. 지우고 쓰면서 읽지를 말아야겠다. 읽어보면 어찌 이리 유치한가 나에게는 세상.. 詩調 2018.05.17
4월의 숲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걸리는 거미줄. 어둠 속에서 한 생명이 허기진 배를 다독이며 진 집일텐데. 나에게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내가 밟는지도 모르고 밟았을 생명들. 생명을 소중하다고 받아 들이기에는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생명들이 있다. 詩調 2018.05.08
으름덩굴 이른 봄 찬 바람이 부는 언덕과 계곡에 봄을 알리며 피는 꽃들은 강철같은 대지를 뚫고 일어서는 처절한 생명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전사의 느낌은 없고 촘촘한 솜털에 감싸인 모양이 포대기에 쌓인 아기 마냥 귀엽기 이를데 없다. 반면 가을에 찬서리 맞아가면 피는 꽃들은 초록.. 詩調 2018.05.03
철쭉 철쭉이 이쁠 때이다. 좋은 시절은 너무나도 짧다. 나비가 자유로이 날기 위해 기나긴 애벌레와 번데기로 보내는 시간에 비해 화려한 나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듯이. 몇 년 전 산을 내려오는데 다섯잎을 달고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이 자주 보이길래 이렇게 많이 보이는데 이름을 불러주고 .. 詩調 2018.05.02
아침 이슬 인류의 문명은 영원을 지향해 왔다. 무엇이 또는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 것인가. 찰라의 덧없음을 경계하며 영원불멸의 존재를 꿈꾸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질기고 튼튼한 강철과 플라스틱 왕국을 이루었다. 그 결과 쓰레기 마저도 영원을 바라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진정한 .. 詩調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