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無不爲自然 2011. 4. 2. 12:34

 

 조금 오버한다면 영혼의 동지를 만난 느낌이랄까? 요즘 책을 보다가 팬이 되어주기로 한 작가가 몇분 있다. 조지 오웰, 신영복, 그리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서양 사람임에도 공자를 흠모했나보다. 물론 공자 말씀뿐만아니라, 인도의 성전 등등에서 인용한 부분들이 더러 있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동양 사람인 나 자신도 처음 들어본 책들도 있으니 나의 독서력이 얼마나 얄팍한지 반성해야겠다.

 자연에 대한 그의 치밀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한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같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부분들이 다분하지만, 아무런 거리낌없이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아마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런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를것이다.

 

----------------------------------------------------------------------------------------------------------------

 

* 노동자는 단순한 기계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될 시간이 없다. 인간이 향상하려면 자신의 무식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바를 수시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가 어떻게 항상 자신의 무식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갖은 애를 쓰며, 형무소에 갈 죄만 빼놓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때때로 나는 우리 미국인이 흑인노예제도라고 하는 야비하고 외래적인 제도에 빠져 있을 만큼 천박한 국민인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의 인생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 이른바 체념이라는 것은 확인된 절망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절망의 도시에서 절망의 시골로 들어가 밍크나 사향쥐(밍크나 사향쥐는 덫에 걸렸을 때 다리를 물어뜯어 잘라내서라도 자유의 몸이 되고 만다고 한다.)의 용기에서나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 나이 많음이 젊으보다도 더 나은 선생이 될 수 없고 어쩌면 그보다 못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은 나이 먹는 과정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 나의 이웃들이 선이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이 실은 악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내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나의 방정한 품행에 대해서일 것이다. 무슨 귀신이 씌어서 나는 그처럼 착한 모습을 보이며 다녔을까?

* 오늘날 철학 교수는 있지만 철학자는 없다.

*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

* 문명인이란 보다 경험이 많고, 보다 현명해진 야만인일 따름이다.

* 어쩌면 지금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중단하고 생각하는 일을 그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나는 겸손하기 위하여 악마의 대변인이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나는 진실을 위하여 정확한 발언을 하고자 힘쓸 것이다.

* 나는 콩밭에서 캐낸 쇠비름Portulaca oleracea을 끓여서 소금을 친 것만 가지고도 만족스러운, 정말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 그런 이삿짐 하나는 판잣집 열 채에 들어 있던 것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한 채의 판잣집이 가난의 상징이라면 이것은 열 배나 더 가난한 모습인 것이다.

*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새로운 양식의 고급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 속담에도 있듯이 사람이 한가하면 악마가 일거리를 찾아주니 말이다.

* 변질된 선행에서 풍기는 악취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썩은 고기요, 신의 썩은 고기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착한 일을 베풀겠다는 의식적인 목적을 가지고 내 집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전력을 다하여 도망칠 것이다. 마치 질식할 정도로 입과 코와 귀를 먼지로 채우는 저 아라비아 사막의 메마르고 뜨거운 바람을 피하듯이 말이다. 그가 베푸는 선행을 입었다가는 그 선행의 해독이 내 피에 섞이게 될까 나는 두려운 것이다. 차라리 나는 자연스럽게 악행의 피해를 받아들이는 것을 택하겠다.

* 어떤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을 자기 집 부엌에 고용함으로써 친절을 베푼다. 부엌일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친절한 처사가 아닐까? 여러분은 수입의 1할을 자선사업에 바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차라리 수입의 9할을 바쳐 자선사업을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 그대가 가진 것이 많거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거든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될지어다.

*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부유하다.

* 나는 절망을 주제로 한 시를 쓰려는 것이 아니고, 횃대 위에 올라앉은 아침의 수탉처럼 한번 호기 있게 울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웃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결과밖에 얻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 내 집 위를 스쳐가는 바람은 산마루를 스쳐가는 그런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지상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악 가락을, 아니 그보다는 지상의 음악 중 천상에 속하는 부분을 실어다 주었다.

*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벗고 여기저기서 저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사방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 중국 탕왕의 욕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 뉴스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것을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 시간은 내가 낚시질하는 강을 흐르는 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 강물을 마신다. 그러나 물을 마실 때 모래 바닥을 보고 이 강이 얼마나 얕은가를 깨닫는다. 시간의 얕은 물은 흘러가 버리지만 영원은 남는다. 나는 더 깊은 물을 들이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처럼 깔린 하늘의 강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 아이스킬로스 [Aeschylos][명사] [인명]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B.C.525~B.C.456). 합창과 낭송만으로 이루어진 초기의 극예술을 노래와 대사 및 행위가 어우러진 형태로 끌어올렸다. 주로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영웅적 자세를 묘사하였으며, 작품에 〈페르시아 사람들〉,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 〈오레스테이아(Oresteia)〉 따위가 있다.

*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 마치 내가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거나 마지막 인간이기라도 한 것 같았다.

* 나의 경험에 의할 것 같으면, 가장 감미롭고 다정한 교제, 가장 순수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교제는 자연물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가련하게도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극도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 가운데 살면서 자신의 감각기능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암담한 우울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건강하고 순수한 사람의 귀에는 어떤 폭풍우도 '바람의 신'의 음악으로 들릴 뿐이다. 소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을 속된 슬픔으로 몰아넣을 권리를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인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 악마는 결코 혼자 있는 법이 없다.

* 집이 너무나 크로 웅장하기 때문에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의 거주자라기보다 차라리 그 안에 기생하는 해충들처럼 보인다.

* 안정된 전문직의 닦여진 가도를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 더 이상 젊지 않은 젊은이들.

* 여러 악대가 함께 연주할 때에는 온 마을이 거대한 풀무와도 같은 소리를 냈다. 그래서 마을의 모든 집들과 건물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 같았다.

* 그 밖에도 나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얻었다.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년 여름에는 콩과 옥수수를 그처럼 열심히 심지 말고 씨앗만 있으면 성실, 진리, 소박, 믿음, 순수 등의 씨앗을 심어, 적은 노력과 거름을 주더라도 그것들이 이 땅에서 자라나 나의 양식이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자. 왜냐하면 이 땅은 그런 씨앗들을 키우지 못할 만큼 메마르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아, 이제 다음 해의 여름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여름과 또 다른 여름마저 지나갔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내가 여러분들에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심은 씨앗들이, 내가 저 아름다운 덕德들의 씨앗이라고 믿었던 그 씨앗들이 벌레를 먹었는지 또는 생명력을 잃었는지 싹이 트지 못했다는 것이다.

* 속담에도 있듯이 어둠을 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깜깜한 밤

*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 당시 내가 생활했던 것처럼 소박하게 산다면 절도나 강도는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일부 사람들이 충분한 정도 이상의 재물을 소유하고 있는 데 반하여 다른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도 갖지 못한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 윗사람의 덕은 바람과 같고 평민의 덕은 풀잎과 같다. 풀잎들은 그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다.

* 과일은 그것을 사 먹는 사람이나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하여 재배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그 참다운 맛을 보여주지 않는다. (중략) 허클베리를 손수 따보지 않은 사람이 허클베리 맛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흔히 범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 이제 나는 공기보다 더 진할 것 같지 않은 아래쪽의 물속은 물론 위쪽의 하늘로도 낚싯줄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리하여 나는 낚시 한 개로 두 마리의 물고기를 낚았던 것이다.

* 호수에 고기 한 마리가 뛰거나 벌레 한 마리가 떨어지기만 해도 그것은 아름다운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면서 사방에 알려진다. 그것은 이 호수의 원천源泉으로부터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모습같이 보이며, 호수가 살아서 그 생명이 부드럽게 고동치는 모습, 또는 호흡하느라 그 가슴이 부푸는 모습같이 보인다.

* 어떤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나 자신에게 있어쓸 뿐이다. 무수한 잔물결이 호수에 일었었지만 항구적인 주름살은 단 한 개도 없다.

* 그가 믿는 하느님이라도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려고 할 것이다.

* 자연을 놓아두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밥벌이를 그대의 직업으로 삼지말고 도락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마라. 진취성과 신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사고 팔고 농노처럼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라면 철없는 소년 시절을 지나고서도 자기와 똑같은 조건으로 생을 살아가는 뭇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산토끼는 어린아이처럼 운다고 한다.

* 몇몇 나라에서는 사냥이 취미라고 말하는 목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꽤 쓸 만한 양치기 개 노릇을 할지는 모르나 진정한 목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 자기의 고매한 능력, 시적인 능력을 진정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육식을 특히 삼가고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곤충학자들이 논한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커비와 스펜스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완전한 상태에 있는 어떤 곤충들은 소화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관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규정짓기를, "일반적으로 이 상태에 놓인 거의 모든 곤충들은 유충 상태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은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또 "식욕이 왕성한 배추벌레가 나비가 되고, 식욕이 왕성한 구더기가 파리가 되어서는" 한두 방울의 꿀이나 그 밖의 단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 밑에 불어 있는 배 부분은 과거에 유충이였던 때를 나타낸다. 이 맛있는 부분 때문에 그는 언젠가는 누구에게 잡아먹힐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대식가는 유충 상태에 있는 인간이다.

* 올빼미 우는 소리는 꽁꽁 얼어붙은 지구를 악기 삼아 적당한 활로 연주하면 날 것 같은 소리

* 마치 그가 여름을 자기 집에 가두어두었거나

* 따뜻한 비가 내린 다음 안개라도 낀다면 얼음은 다음 날 저녁까지는 완전히 종적을 감출 것이다. 안개와 더불어 마치 귀신에 홀려가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 하늘에서 그처럼 홀로 노는 모습을 보면 이 새는 천지간에 벗이라곤 없는 것 같았고, 또 자신이 날고 있는 창공과 아침 공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벗이 필요 없는 듯했다. 그는 외로운 것 같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기 아래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외롭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 우리는 동물이 죽어 썩어가는 것을 보면 메스껍고 언짢아하지만, 독수리가 그 시체를 뜯어 먹으며 힘을 얻는 것을 보면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 그들은 자기의 무덤이 될 땅은 사랑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육신에 활력을 줄 정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애국심은 그들의 머리를 파먹고 있는 구더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페르디난트 호들러 - 툰 호수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의 - 신영복  (0) 2011.08.29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0) 2011.04.29
생각의 탄생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0) 2011.03.16
1984 - 조지 오웰  (0) 2011.02.05
철학 에세이 - 조성오  (0) 20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