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올랐던 모악산의 계곡길에 견주어
오늘 찾은 소요산은 낙엽길이라고 칭하고 싶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등산로는 낙엽이 쌓일 새가 없다.
사람들의 발길에 찢긴 낙엽의 부스러스가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모악산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소요산은 인적이 드물다.
주진천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부안면 소요산이요, 서쪽은 아산면 선운산이다.
지척에 명산이 있으니 이곳을 찾은 타지인들의 발길이 선운산으로만 향하기 때문이다.
소요산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수집한 결과
동네 뒷동산 정도로 간주해 버렸다.
그래서 토요일 퇴근 후 오후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무난히 내려올 수 있으리라 만만하게 생각해 버렸다.
그 결과 지난 토요일, 그리고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소요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럽다거나 억울하거나 하지는 않다.
이 곳이 아니였어도 어디든 갔었을테니까.
먼저,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소요산의 들머리를 찾는데에만 한시간을 넘게 허비해 버렸다.
들머리를 알리는 변변한 표지판을 찾지 못했고
인터넷에서 본 몇장의 사진으로 각인된 들머리만을 찾아 헤맨게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 왕복 2킬로 남짓되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오게 되었다.
오솔길을 따라 쌓이고 쌓인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걸었다.
'영혼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구르몽의 시몬'을 불러보기도 하고
푸르던 시절은 언제 있기라도 했었는지 의문이 드는 '죽어버린 꿈의 시체'들이지만
찬란히 쏟아지는 햇빛에 새로운 꿈을 꾸며 걸어본다.
지난번 선운산을 찾았을땐 많은 사람들 탓인지 도솔암의 독경소리 마저도 속세의 번사(煩事)처럼만 들리더니
적막한 소요산은 연기마을에서 들려오는 개짓는 소리 마저도 고사(古寺)의 종소리 같다.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는 햇님에 쫓기듯 경쟁을 하듯 내려와야 했지만
사실은 나도 햇님도 아위움에 미적거린거였으리라.
참나무 종류 활엽수의 낙엽과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솔가리의 낙엽 소리가 또한 다르다.
활엽수의 낙엽들은 비극적 운명의 희생양인 양 절규에 가까운 바스락거림이라면
솔가리는 나즈막한 체념 섞인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외로움은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견디는 것인가보다.
견뎌야한다~~ ^^*
소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