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大寒과 入春의 사이지만 봄을 말하기에는 아직은 새꼬롬하니 춥다.
산그늘이 내린 자리에는 엊그제 내린 눈이 잔설로 남아 자칫 미끄러지기 쉬운 날이지만
연일 찌뿌둥하니 흐리더니 오랜만에 이렇게 날이 청명하니 어디라도 하는 마음에 지척의 선운산을 찾았다.
외로운가?
포효하는 늑대가 연상되네~~
귀를 때리는 하울링 끝으로
저 멀리 제트기가 멀어져 간다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암
과유불급
이건 庵子 수준이 아니다
도솔암은 딱 이 정도가 좋았을텐데
있는 듯 없는 듯 도드라지지 않는 이 정도가
불교에서 말하는 禪일텐데
도솔암 마애불
조야하긴 해도 정감이 가는 불상이다.
비결록 때문에 자꾸 배꼽만 쳐다보게 된다.
선운사에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닌데
천연기념물 목록을 보고
'장사송이 있었었나?' 고개를 갸웃거렸던 이유는??
600년 긴 세월을 살며
지지대 하나 없는 건장한 모습이 새삼 감탄스럽긴 하나
소나무 특유의 휘돌아 굽이쳐 감아오르는 龍같은 기상이 없어서 아쉽다
선운사는 동백으로 유명한 절이다.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동백으로
그런데 여기 동백은 춘백이다
그래서 절 귀퉁이에 그려져있는 동백꽃으로 동백꽃 감상을 대신한다
남해 보리암 가는 길도 송악은 지천이였다
흔한 덩굴식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하지도 않다
관심있게 보면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덩굴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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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