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과 장성의 경계에 위치한 방장산
양고살재에서 출발하여 방장산 정상까지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다녀왔다.
떡갈나무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겨우내 잎을 떨구지 않는 이유가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가을 떡갈나무 숲
이준관
떡갈나무숲을 걷는다. 떡갈나무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 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개짓소리 들릴 듯 한데.
텃새만 남아
산 아래 콩밭에 뿌려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는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 밤엔
이 떡갈나무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는 산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그 순한 산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빰에 대 봐,
조금 따뜻해질 거야, 잎을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