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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無不爲自然 2012. 5. 26. 22:28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

 

 며칠 전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아티스트(The Artist)를 보았다. 흑백영화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더욱 놀라운 건 무성영화였다. 아파트가 즐비한 거리에서 느닷없이 아담한 초가집을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줄거리는 뻔했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의 속도에 지쳐가는 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제목이 역설적이지만 마음에 든다. 오래된 미래. 우리는 낙원을 꿈꾸지만 낙원은 이미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프리카의 가정마다 에어콘이 돌아가는 일을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생활의 편익을 우리들만 누리고 그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들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가 기계론적 세계관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저자가 실제 라다크에서 겪으면서 구체적으로 실행하였던 바람직한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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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에 이르러 우울증은 심장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대표적인 선진산업 사회의 질환 요인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p23

* 국내총생산 대신 국내총행복GNH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경제와 사회적 안녕의 척도로 사용한다면 이 세계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p23

* 많은 사람들의 성향이 더욱 경쟁적이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감에 따라, 그런 성향들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치부해버리는 태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p42

* 기술의 개발은 진화론적 변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인류가 처음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원자폭탄을 만들고 생명공학을 태동시켰던 것도 그런 진화론적 맥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p42

* 문화라는 것은 개인의 특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예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p44

* 서구에서 이 '검약'이라는 말은 대개 자물쇠가 채워진 음식 창고를 지키는 나이든 아주머니를 연상시키지만, 이곳 라다크에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것은 풍요의 기본이 된다. 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쓴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주 적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검약'의 본래 의미라 할 수 있다. p75

* 이곳에서 가장 심한 욕설은 '숀 찬 schon chan'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화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p129

* 중요한 건 그 사람 내면이 어떤가 하는 거예요. 외모보다 성격이 중요하지요. 라다크에는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p153

* 세상 모든 것이 이와 같음을 깨달아라. 신기루이며 구름의 성이며 꿈이며 환영과 같다는 것을 깨달아라. 본질은 없이 겉으로 보이기만 한다는 것을 깨달아라.

 세상 모든 것이 이와 같음을 때달아라. 밝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호수에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맑은 물 위에 비춰지고 있음을 깨달아라. - 사마디라자수트라 p154

* 기독교에서는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신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조정되는 운명은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기독교에는 불교에서처럼 개인적 성장의 여지가 없어 보였어요. p156

* 존재를 믿는 사람은 소만큼이나 어리석다. 하지만 비존재를 믿는 사람은 그보다 더 어리석다. 사물이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둘 다인 것도 아니고 둘 다 아닌 것도 아니다. p157

* 자아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착각은 아마도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있어 가장 커다란 장애가 된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실체에 대한 믿음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욕망을 낳고 또 그 욕망은 고통을 가져온다. 분리된 자아와 분리된 사물에 대한 관념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찾던 것을 얻는 순간 그 빛은 사라져버리고 우리는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만족스러운 순간은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영원히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감각이 있는 모든 사물을 기쁘게 하는 것 말고는 부처님을 기쁘게 할 수 없다.

 타시는 가끔 내게 지식과 이해라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한게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 그는 자비심과 함께하지 않는 지식과 이해는 위험하다고 이야기했다. p159

* 여름에 있는 '야르나스' 기간 동안에는 승려들이 자신도 모르게 벌레를 밟아 죽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한 달 정도 바깥 출입을 삼가기도 한다. p167

*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대신 기쁜 마음으로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축복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p168

* 만족이라는 것은 자신이 삶의 흐름에 있어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면서 그것과 함께 여유롭게 흘러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p178

* 현대 경제체제는 시간을 상품화한다. 시간마저도 팔거나 살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은 수량화되었고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시간을 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졌고 사람들은 생활의 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만드는 시간절약 기술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p205

* 요즘의 교육은 어린이들을 자신들의 문화와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한편, 서구화된 도시 환경에 맞는 편협한 시각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p211

* 서구의 교육 시스템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유의 환경을 무시하고 똑같은 자원을 이용하라고 가르침으로써 우리 모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p214

* 라다크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요즘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직접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앉아서 최고의 가수와 최고의 재담가들의 노래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사람들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p231

*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대신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다른 소유물의 뒤에 숨어들어갔다. p234

* 정서적인 불안감이 물질적으로 표현되는 신분의 상징물에 대한 욕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뭔가를 소유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증대시킨다. 그 당사자는 자신의 소유물들이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소유물 자체에 빠져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동기 요인이 된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푼 일이다. 실제로는 그것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빛이 번쩍거리는 멋진 승용차를 새로 구입했다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순환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고 마는 것이다. p234

* 분명한 것은 1000년 넘게 전해 내려온 전통 의술의 지식들과 치료법들을 하루아침에 폐기해버린다는 것이 분별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허술하게 모방한 서구식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역시 적절하게 보이지는 않는다.(중략) 영아 사망률을 줄이는 문제에 있어서도 전체적인 인구증가에 대한 고려 없이 그 한 문제만을 놓고 접근한다면 장기적인 맥락에서 사람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 의학이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 해도 만일 노년기를 맞은 사람이 자녀나 손자 손녀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신체장애나 불구가 되어 살아야 한다면 장수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p249

* 예전 그들은 내게 라다크에는 굶주림이라는 것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내가 그들로부터 아주 빈번하게 들었던 표현은 '퉁보스 자보스' 라는 것인데 그것은 '먹을 것도 많고 마실 것도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도시 지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이런 것이다.

 "개발은 필수적인 것이예요. 예전에는 살기가 어려웠어요. 넉넉하지 못했지요."

 이렇듯 이제 라다크 사람들 대부분은 개발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전통사회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두 사회를 비교할 경우에도 전통사회가 완벽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분명 그 안에도 개선할 점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개발이라는 것이 꼭 파괴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영위해 온 사회적, 생태학적 균형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그들의 삶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은 관습화된 개발의 방향을 답습하여 고유의 것들을 해체해 버리기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그 기반 위에 새로운 것들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p257

* 마치 개발이 추진되기 전에는 라다크에 '인프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것이 원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의료도 없었고 교육, 통신, 교통 시설이나 무역 같은 것들이 하나도 없었던 같은 분위기였다. 261

* 현대화란 지역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하나의 단일 문화와 경제체계로 대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p261

* 인간을 위한 복지의 수준을 금전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치 못한 일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p262

* 부탄의 GNP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국제간의 경제 규모 순위에서 바닥에 랭크된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뉴욕 거리의 노숙자들과 부탄이나 라다크의 농부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들 모두 수입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통계수치의 뒤에 있는 현실은 낮과 밤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것이다. p262

* GNP를 사회복지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국가의 재무시스템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중략) 환경이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GNP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삼림의 나무들을 모두 베어 민둥산을 만든다 해도 국가의 대차대조표는 더 나아 보인다. 벌목이라는 것이 돈을 만드는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중략) 물이 오염되어 병에 든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경우에도 GNP 지수는 올라가게 되어 그만큼 경제가 성장한 것으로 측정된다.

 정말이지 어이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기 집 정원에서 기른 감자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재배한 다음 가루로 만들고 얼리고 말린 밝은 색깔의 감자과자를 사먹는 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더 좋다고 한다. p264

* 지역의 자원들은 가공되고 포장된 상품으로 변신하여 그 원산지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때 그 상품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기 마련이다. (중략) 지역 규모의 수력발전소나, 태양열 오븐, 온수기 같이 지역의 자급에 도움을 주는 소규모의 시설들에 대해서는 과연 그것이 경제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p266

* 개발이란 많은 경우 착취나 신식민주의의 완곡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p270

* 대단위 자본투자는 사회적인 해악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거나 환경 파괴적인 성향의 사업들로 집중되고 있다. p271

*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한다거나 개천에 쓰레기를 던지거나 하는 행동들에 대해 비난받아야 할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의 근본 원인은 그 사람들을 이웃과 그들의 땅으로부터 분리시켜놓은 기술과 경제개발의 압력이다. p275

* 기술의 진보는 생활의 진행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며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아버린다. p277

* 이런 추세를 보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따진다는 것마저도 무의미할 정도다. 그 두 사상 모두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른 피조물들과 분리하여 그 우위에 놓는 공통의 과학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 두 사상 모두 자원의 활용이 무한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그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는가 하는 문제일 뿐이다. p278

* 우리는 지금도 하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다시 내려오고 있다. 그들은 그 위는 텅 비어 있다고 말한다. - 겔롱 팔단, 마을 모임에서, 1990년 p282

* 우리는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에 대해 정신적·사회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문화적 활성화의 상실이라는 대가가 지불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320

* 문화적 다양성을 부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중략) 우리는 우유에서 사과 그리고 가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실어 나르고 있지만 그 상품들은 대부분 현지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p323

* 나는 마을에 사는 어머니들에게 만약 자신의 아이가 걸음마를 늦게 한다면 걱정을 할 것 같은지를 물어보았다. 어머니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런 것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하죠? 아이는 때가 되면 걸을 텐데요." p330

* 몇 개월 간 영국에서 생활했던 타시 라브기아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영국에서의 생활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고 모든 게 간접적이었어요.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글도 쓰고 토론도 하고 화분을 가꾸고 심지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물로 실내장식을 하고 벽에는 나무 그림을 걸어두지요. TV에서는 언제나 자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오지만 실제로 자연과 접촉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p334

* 좁은 의미에서 보면 현대 기술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협력보다는 경쟁을 더 가속시키는 특성으로 인해 결국 사람들은 생계를 꾸려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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