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 이상국가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마이클 샐덴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걸 안다. 이제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의란 힘이다. 즉 강자가 정의이다. 읽고 나면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뻔한 결론 도출을 위해 그 책을 읽고 싶진 않았다. 이 말은 국가론에도 나온다. 소피스트인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한다. 물론 소크라테스에게 신랄하게 비판을 받지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시대에 정의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이유는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국가론이 이상국가를 찾기 위한 끝없는 소크라테스와 제자의 대화인데 그 이야기의 시작이 정의로부터 출발한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란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들이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일세"라고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철인정치론을 주장한다. 통치자들이 갖추어야할 덕목과 받아야 할 교육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고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책을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이다. 입시 위주의 살벌한 경쟁만을 가르치는 사회에서는 정의는 어두운 심연 속에서 쳐박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계문명과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정의가 힘을 얻기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정의는 강물처럼 흘러야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의는 물론이고 강물조차도 막혀있다.
철학교수는 있어도 철학자는 없는 우리 시대에 진정한 철학자인 플라톤을 만나는 건 유익한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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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절제와 질병이 만연하면 법정과 병원이 번창하게 될걸세. 의사나 법률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오겠지. 노예나 천민뿐만 아니라 교양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까지 의사나 법률가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은 결코 명예로운 일이 아니네. 그러한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교육이 실패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네. (중략) 성정이 고약해서 부정에 능한 자들 말이네. 그런 자들은 툭하면 법정에 의지해 죄를 면하려고 하지. 자신의 생활태도를 반성하기는 커녕 어떻게 하면 법망을 빠져 나갈까만 궁리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악취미를 갖고 있지. (중략) 특별한 외상이나 유행병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우리의 생활 습성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 역시도 명예스럽지 못한 일이네. 사실 질서 있고 체계가 잡힌 국가에서는 그런 일 때문에 병을 앓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네. p98
* 그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갖도록 해야 하네. 집이든 창고든 사유재산을 갖도록 해선 안되지. 식량이나 보수도 필요한 만큼만 지급하되 연간 소비량 이상을 주어서는 안되네. 식사를 비롯한 모든 생활을 공동으로 해야 하고 금이나 은과 같은 귀중품도 가까이 하게 해선 안되네. 그러한 귀중품은 이미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그들 자신의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줌으로써 만족토록 해야 하네. (중략) 만일 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재물을 모으는 데 맛을 들인다면 그들은 수호자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 되고 도둑이 될 걸세. p110
* 법을 세워 악을 제거할 수 있다는 믿음 뒤에 히드라가 자라고 있다 p122
히드라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머리가 아홉 개인데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새로 두 개가 생긴다는 괴물, 헤라클레스가 이를 죽였다고 전한다.
* 지혜나 용기는 어느 한 부분에만 있어도 그 국가를 지혜 있는 국가나 용기 있는 국가로 만들지만 절제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 그것은 강한 음(音)이나 약한 음, 중간 음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음정이 나오는 것처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마음을 이룰 때 드러나는 것이라네. 한마음은 조화로움을 통해 나타나게 되고, 그 조화로움이 바로 절제인 셈이지. p130
* 정의란 각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고 이는 국가나 개인에 있어서도 동일하는 것이지 p143
* 생각의 힘으로 논의를 밀고 나가는 것 같지만, 상대방의 말에 반박하려는 타성으로 입씨름을 하는 거지 p148
* 이것저것 가려가며 지식을 습득하는 자를 우리는 철학자로 볼 수 없네. p163
* 깨어 있는 자는 지식(인식)을 갖고 있지만, 몽롱한 자, 아는 척하는 자는 의견(판단)만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p165
* 철학자란 불변의 것을 파악하며 지혜를 사랑하는 데 반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잡다한 변화에 시달리는 사람 p173
* 우수한 종자는 열악한 환경에 보다 더 민감하네. (중략) 최선의 자질을 타고 난 자들이 교육을 잘못 받으면 더욱 고약해지지. 무릇 큰 범죄는 이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법일세. p179
* 수학은 참으로 유용한 학문이네. 장사꾼의 심정으로 익히기보다는 철학자의 정신으로 숭상해야 해. 추상적인 수를 논하게 되면 사물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네. p210
* 진리의 허상만 쫓아다니면서 그림자의 명암이 교차할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p254
플라톤(기원전42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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