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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 어느 사랑이야기 - 아이작 싱어

無不爲自然 2010. 11. 20. 11:37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이유가 영화화 되기도 했었기 때문인가보다. 재미있게 읽었음에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면서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듯하다.  

 

 

 전쟁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만은 아닌 모양이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으니, 필요악인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제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적과 사랑. '적과의 동침'이란 영화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적들이란 세명의 여자를 가리킨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세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성경이 자주 등장 하지만, 섬세한 묘사들 특히 풍경 묘사에 재능이 특출해 보인다. 비유적인 표현들도 천지창조적이고 우주적으로 스케일이 큰 표현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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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넬 위해 도와주고 싶은데도 자넨 조개껍질처럼 입을 틀어막고 있지.

* 만일 시간이 단순한 지각(知覺)의 형식이요, 이성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면, 과거는 오늘과 마찬가지로 현재여야만 된다.

->?

* 건물은 아직 낡아 보이진 않았지만 어딘가 허물어지는 듯한 불안이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불타고 먼지투성이의 안개가 자옥이 끼어, 지구 전체가 혜성의 꼬리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 기분이었다.

* 그 주변 전체가 이대로 존재해 갈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인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 나하고 똑같은 광경을 당신도 보았더라면, 하느님이 살인을 허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 미워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미워서 사람을 살리는 경우도 있는 거야.

* 이 천체는 우주적인 광대한 환희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단지 괴로워할 줄밖에 모르는 인간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왜소함을 비웃었다.

* 육체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얻어맞은 후에는 이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 허먼이 새로운 철학 또는 새로운 종교에 대해서 생각할 때, 그것은 언제나 性에 기초를 두게 되었다. 먼저 육욕이 있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하느님에게도 원칙은 우선 욕망이었다. 중력도 빛도 자력도 우주에 있어서의 욕망의 현상이라고 생각되었다. 고뇌도 공허도 암흑도 영원히 강해지는 우주의 성욕이 어떤 원인으로 방해를 받은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 '지성이란 맹목적인 의지의 종' 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

* 짐승들도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끌려와 격리를 당한 끝에 권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 스피노자의 놀람에 관한 정의를 그는 생각해 냈다. "공상이 주위의 것과 아무 관계도 없기 때문에, 정신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

* 형이상의 익살꾼이 마침내 숙명적인 장난을 그에게 걸어온 것이다.

* 다음 날 아침에 해가 떠오르리라고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입증할 수 없다는 다비드 흄의 말이 생각났다.

* 지구는 오랜 옛날부터 그랬듯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다.

* 단지 로프 하나만 있으면, 독약 한 방울만 있으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 새들은 천지창조 후의 첫 아침인 양 지저귀었다.

* 이 사랑스런 여름날 아침에 어딘가에서 닭을 잡고 있나 보다. 강제수용소는 도처에 있다.

* 만일 악마가 존재한다면 이 같은 폐허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살인과 간음이 없다면, 문명도 또한 있지 않다.

* 종교는 무너지고 철학은 의미를 상실한 이상, 그래도 역시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에게는 오직 신비주의만이 남겨져 있는 테마였다.

* 야상곡 비슷한 우울함이 하늘에 드리워져 있었다.

* 설사 잠이 든다 해도 그건 자는 게 아니라 허공에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에요.

* 무엇이든 의심하는 자가 또 무엇이든 믿으려고 하는 거야.

* 죽은 자에 대한 감정은 산 자에 대한 것과는 다른 건가 봐요.

* 당신과 이야기하면 장님과 색깔을 가지고 논쟁하는 기분이에요.

*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일을, 인간이 동물에게 하고 있는 일과 같다.

* 여자는 절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

* 이 지구상에 살아남을 최후의 인간은 범죄자이며 게다가 미치광일 겁니다.

 -> 범죄자이거나도 아니고 상당히 염세적인 표현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도 생각나게 하고, 전쟁을 겪은 자들이라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노무현전대통령이 죽었을때 느꼈던 부끄러움도 생각나고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 신뢰가 없이도 사랑하는 것은 가능한 법이죠.

-> 믿음없이 사랑이 가능하다고? 그거야말로 육욕일 뿐일게다.

* 죽음 외에는 무엇이든 인간은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자신의 둥지에 도사리고 있는 여인은 모두 거미와도 같죠.

* 당신은 사람이 지옥을 지날 때 상처 하나없이 나오리라고 생각하지요. 그럴 수는 없어요! 러시아에는 모든 병을 치료하는 한 가지 약이 있죠. 바로 보드카예요.

* 그는 말을 마치 마른 콩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내뱉었다.

* 그는 바다의 모래알처럼 자기 자손을 번성케 할 생각도 없었다.

* 몇 시간 전에 바다 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지금은 생기 없는 눈과 상처가 난 입, 그리고 혈흔이 진 비늘을 하고 배의 갑판에 눕혀져 있었다.

* 동물에 대한 행위에 있어서는 인간은 모두 나치라고 말이다. 인간이 제 잘난 듯 다른 種들을 함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예증하는 것이다. 힘은 곧 정의라는 원리를 말이다.

-> 동물이지만 식물처럼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에 갇혀 있는 개가 아닐까? 식탁에 오를 날만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작 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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