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과대평가되었던 시대였던 만큼 너무나도 이성의 이성에 의한 이성을 위한 책이다. 그런 점만 빼면 2000년 전에 쓰인 책인데도 인간 존재의 사고 영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죽음을 자연의 이성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삶과 죽음을 포함한 모든 변화는 空으로 귀결하는 사상은 불교적이다. 단지 단편적의 사고의 기록들이라 뜬구름 흘러가듯 덧없는 독서가 되기 쉬운 점이 아쉽다.
* "많은 것을 소유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면 오만해지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소유했을 때는 적절히 이용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절제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이 말은 소크라테스의 기록에 있는 것으로 그에게 꼭 들어맞는다. 그만큼 그의 영혼이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p20
*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해서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속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p29
*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죄는, 분노로 인해 저질러진 죄보다 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분노로 인한 흥분은 어는 정도의 고통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지만, 욕망으로부터 생겨난 죄는 쾌감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훨씬 무절제할 뿐 아니라 나약함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p31
- 어리석음으로 저질러진 죄는 본인이 죄라는 인식도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거 아닐까? 생각했더니 "선과 약을 모르는 인간의 무지는 흑백을 가리지 못할 만큼 가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동정받아 마땅한 것이다" p33 이라고 대답이라고 하는 모양새다.
* 만물은 얼마나 빨리 소멸하는가? 육체는 우주 속으로, 기억은 시간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이렇듯 모든 사물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그 본질은 무엇인가?
쾌락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 고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 허영으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그런 것들이 얼마나 천박하고 저급한 것이며, 얼마나 가치 없고 덧없이 사라지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그럴듯한 말과 주장을 통해 명성을 구축한 사람들의 진가를 판별할 줄 알아야 하며, 또한 죽음의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막연히 떠오르는 공포심을 제거한다면, 죽음이란 하나의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연의 끝없는 번영과 순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p33
* 많은 사람들이 시골이나 바닷가, 또는 깊은 산중에 은둔해 살기를 바란다. 당신 역시 이런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일 뿐,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질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그 자신 속으로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의 영혼 속보다 더 조용하고 평온한 은신처는 없다. p56
* 생명을 지닌 것은 생명을 지니지 않은 것보다 우월하며, 생명을 지닌 것 중에서 가장 우월한 것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다. p99
- 생명을 지니지 않은 죽음이 자연 현상에 불과하며 자연의 번영을 위해 필요하며 결코 악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생명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건 또 뭐지? 너무나도 생명 중심적이고, 이성 중심적인 사고방식 아니냐.
* 고통을 겪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라.
'그것은 수치가 아니며, 나의 정신에 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이 합리적이고 사회적인 한, 결코 고통에 의해 손상되지 않는다.'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고, 상상으로 과장하지 않으면 결코 참을 수 없는 것도 아니며,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들, 이를테면 아주 피곤하다거나, 더위에 시달린다거나, 식욕 부진 등도 사실은 고통의 일종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다만 당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고통이 닥쳐을 때 불평하고 싶은 마듬이 드는 것은, 당신이 그 고통에 굴복당했다는 것이다. p169
* 만일 당신이 어떤 외적인 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분명 그것은 그 일 자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당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당신 능력으로 언제든지 몰아낼 수 있다.
만일 고통의 원인이 당신의 품성에 있다면, 당장 당신의 원칙을 수정하는 일에 착수하라. 어느 누가 당신의 뜻을 방해하겠는가? 만일 괴로움이 당신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당신은 왜 그 행동을 고치지 않는가?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장애물인가? 그렇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성하고 죽는 사람들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이 세상과 이별하라. p198
* 만일 당신을 지배하는 이성이 당신 속에 머물며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의지에 어긋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느나면, 당신의 이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격정을 벗어난 이성은 하나의 성체와도 같으며,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며, 알고 있으면서도 그곳으로 피신하지 않는 자는 불행한 자이다. p199
* 활동의 정지, 판단의 단절, 죽음 같은 것들은 결코 악이 아니다. 당신의 어린시절, 소년 시절, 청년기, 노년기에 이르는 삶을 돌이켜 보면, 각각의 변화 그 자체는 일종의 죽음인 것이다. 이 변화가 그렇게 두려운가?
이샌의 중지나 단절, 죽음, 변화는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다. p218
* 누군가가 죽어 가는 순간, 그 자리에 그의 죽음을 기뻐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아무리 선량하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할지라도 마음속으로, '우리는 마침내 스승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생각하며 기뻐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또 우리 자신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얼마나 많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라.
'내가 그토록 기도하고 배려했던 친구들조차도, 내가 죽으면 작은 이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해서 어서 죽기를 바라는 이런 세상을 나는 떠나게 되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런 세상에 그토록 집착했단 말인가?'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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