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러번 읽는다고 내공이 더 많이 쌓이지 않는 책도 있다. 모든 책은 따분하고 졸린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여전히 스킵하게 된다. 두번 세번 읽어서 알게 된 사실은 책 속의 내용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때 마치 내가 해낸 생각인 마냥 옮긴 부분도 있더라는 깨달음 정도.
소로우는 세금 납부를 거부하여 투옥된 적이 있다. 멕시코와의 영토 전쟁이라든지 노예제에 반대하는 뜻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그의 다른 책 '시민 불복종'은 그런 내용이라고 한다. 며칠 전 국세청의 세금 기동대에서 고액의 체납자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여 세금을 징수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저런 나쁜 놈들이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보았는데, 소로우와 같은 거룩한 불복종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먼훗날 아메리카에 갈 일이 있다면 월든 호수는 빼놓지 않으리라.
* 노동자는 단순한 기계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될 시간이 없다. 인간이 향상하려면 자신의 무식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바를 수시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가 어떻게 항상 자신의 무식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p14
* 나이 많음이 젊으보다도 더 나은 선생이 될 수 없고 어쩌면 그보다 못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은 나이 먹는 과정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p18
*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벗고 여기저기서 저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사방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p124
* 나는 우리 콩코드 땅이 배출한 인물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한다. 비록 그들의 이름이 이곳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p155
* 나의 이런 생활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게으른 생활로 비쳤으리라. 그러나 새와 꽃들이 자기들의 기준으로 나를 심판했다면 나는 합격 판정을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이지, 인간은 행동의 동기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의 하루는 매우 평온한 것이며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 않는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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