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다른 책도 만나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16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글들이 원래 그러는건지, 허무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그런 점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고, 스토리에 치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야기가 없는 관념적인 독백도 아니면서 묘한 매력이 있다. 자살하는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면 넘을 수 없는 벽을 자살로 넘으려는 한 부류가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절대자아. 더 소유하고 싶은 것도 없는 그저 조용히 서둘러 떠나고 싶은 또 한 부류가 있지 않으려나.
* 마흔일곱이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아버린 나이,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니까. p12
*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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