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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과 밤배 / 정채봉 / 한국예술사

無不爲自然 2019. 1. 12. 09:10

 2019년이 밝은지도 열흘이 넘었다. 새해의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여며보아야 할때다. 나의 2019년 새해의 계획이 여럿된다. 그중 하나는 독서 100권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얇은 책을 자꾸 고르게 되는 경향이 있다. ㅎㅎ

 순천만의 갈대밭에 갔다가 우연히 정채봉길 푯말을 보았다. 대표작 오세암으로 많이 알려진 정채봉은 맑고 순수한 동화를 짓는 동화작가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하다. 54세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안타까운 사람이다. 평생 그리던 엄마 품에 일찍 가고 싶었던 것일까? 평소 좋아하는 정채봉의 시 한편 적어본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릉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 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책머리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단락의 끝이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소의 인품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 '어쩌다 방 윗목에 내려오는 새벽달빛을 사랑합니다.' 새벽에 잠을 깨는 경우도 드물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도시의 밤은 새벽까지도 잠들지 못하더라도 보름날 달빛 조차도 가로등 불빛에 퇴색해 버리기 때문이다.


 * 보리를 거둘 때도 어른들이 이렇게 말 않더냐? 이삭을 너무 심하게 줍지 말라고. 그래야 다음 사람이 주울 게 있을 것이 아니냐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