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펼칠 수 있는 여유. 얼마만인가. 하루가 다가고 한 달이 다가고 한 해가 다 가도록 시집 한 권 펼칠 여유가 없는 삶이라면 살아서 무얼할까? 겨울이 그래도 견딜 만 한 건 하얀 눈이 있기 때문이라면 우리의 삶도 금방이라도 자빠져버릴것 같더라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시가 있기 때문이리라.
근데 시는 언제 내게로 올 것인가? 설마 이미 왔다 가버린것은 아니겠지.. 나도 모르게..
수록된 한 편의 시를 적어본다.
저녁빛 - 남진우
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 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 종일 부우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 없이 사그라드는 저녁빛에 잠겨
나 어디선가 들여오는 울먹임에 귀기울이네.....
부서진 꿈들.....
시간의 무늬처럼 어른대는 유리 저편 풍경들.....
어스름이 다가오는 창가에 서서
붉은 저녁에 뺨 부비는
먼 들판 잎사귀들 들끓는 소리 엿들으며
나
잠시 빈집을 감도는 적막에 몸을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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