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몸소 치른 지식인들이 거의 반전평화주의자가 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오. 오히려 민간인이었던 지식인이 군복을 입고 군대라는 특수 집단의 진단적 생활양식 속에 들어와 전쟁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힘의 논리, 권력의 숭배자, 일사불란한 통제하의 집단적 삶, 그리고 개개인의 자율적 사고와 자유보다도 규율을 숭상하는 반인격 · 반자율 · 반자유의 인간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지요. 그 실례로서 나치 체제하의 독일 지식인의 경우나 무솔리니 파시스트 체제하의 이탈리아 지식인들이 그랬고, 프랑코 장군의 가톨릭 독재 군인지배 체제하의 스페인과 스탈린 공산주의 체제하의 소련 지식인들도 그랬어요.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일본 천황군국주의 군인지배 체제였던 일제시대의 지식인들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p162
* 큰 전투가 끝나면 흔히 우리를 위문하기 위해서 불교의 스님, 가톨릭의 신부 또는 개신교의 목사들이 최전방에 찾아옵니다. '철천지원수' 인민군을 용맹한 국군이 격멸했다는 칭찬과 함께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등등의 말로 기도를 맺어요. 신교든 구교든 마찬가지였어요. 불교는 과격한 점에서는 덜하지만, '내가 종교를 갖지 않는 이유'라는 글 속에서 이야기했지만, 그런 넋두리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도대체 기독교의 하나님이라는 것이 그렇게 편파적인 것인가? 같은 민족의 한쪽을 저주하고 한쪽을 축복하는 차별이 보편적 사랑이라는 신성에 합당한 것인가?'라는 의문 때문에 종교라는 것에 철저한 회의를 가지게 됐어요. p166
* 미군 정복에는 두 다리로 화살 다발을 거머쥔 독수리표가 박힌, 번질번질한 금색 도장의 미국 국장(國章) 단추가 그대로 달려 있었어요. 군대에서 무슨 행사 때마다 그런 복장으로 태극기에 경례하고, 북한 동포와의 전쟁을 찬양 · 고취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에서부터 말단 국민까지 일체의 민족적 긍지나 자존심이나 명예심의 그루터기도 없는 한심한 상태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어? 대한민국 군대가 바로 아메리카 국가와 그 군대의 용병이라는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상징적인 표시가 아니겠어? 그래서 나는 그것을 받아놓고 짐 궤짝에 쳐박은 채 제대하는 날까지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이야.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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