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어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말았지만.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들 마냥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인상들의 나열에 질리게 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나처럼 중간에 하차에 버린 사람들은 이 책(프루스트의 화가들)의 말미에 실린 비평가의 악평에 어느정도는 수긍하리라. 그리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 프루스트의 화가들.. 마르셀 프루스트를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터라.. 프로방스같은 프루스트라는 지방과 관련된 화가들을 모아 놓은 작품 설명을 곁들인 화집같은 책일줄 알았다. 물론 앞 표지의 부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새로운 방법』를 보는 순간 지명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부제 그대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해부해 놓은 책이다. 소설 속에 언급된 그림과 화가들을 중심으로.. 요즘은 그림에 대한 뉴스들 중 눈길을 끌 수 있는 뉴스는 어떤 그림이 얼마에 경매되었네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그림을 그린 실제 화가들은 비참한 삶을 살다간 경우가 많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예술이라는 것도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투자의 수단이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시대가 씁쓸하다.
지오토, 보티첼리, 벨리니, 엘스티르, 휘슬러, 모네, 바토, 모로, 마네, 러스킨, 베로네제, 카르파초, 샤르댕, 베르메르,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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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에 있는 상징성과 그것을 담고 있는 개체가 전달하는 느낌이 상반될 수 있다는 모순 p31
* 사랑이 생기는 다양한 방법, 즉 천상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여러 근원 중에서 간혹 우리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는 거대한 입김이 불어오는 때가 있다. 그러면 이미 운명은 정해졌고, 그때 그 장소에 우리 곁에 있는 바로 그 대상을 우리는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여태껏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마음에 들기나 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절대적이 되는 단 한순간이 필요할 뿐이다. - 스완데 집 쪽에서 p62
* 아름다운이란 예술 작품이 담고 있는 소재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화가의 시선에 있다. p86
* 우리가 흔히 부르는 실재라는 것이 사실은 객관적인 하나의 현실이 아니며 개인의 시선과 경험, 인상에 따라 수많은 다양한 형태를 띠는 주관적인 현실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리를 깨닫고 이렇게 다양한 현실을 많은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예술 작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p308
*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눈 뜨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볼 수 있는 사물의 겉 표면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 둔 후에야 느껴지는 것이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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