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난 소설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최고의 자리를 이제까지 지키고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나면서 1Q84가 물러서버렸다. 올해가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소설은 연을 쫓는 아이를 꼽고 싶다. 스토리의 짜임새만 본다면 1Q84가 앞서겠지만, 세상을 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선한 마음의 소유자라는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죄와 구원의 문제. 소설이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그런 주제를 다루어야하나보다. 인간이란 결국 구원받기를 원하는 약한 존재들이니까. 아미르는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다. 그리고 그 집 하인의 아들 하산은 충성을 다해 아미르를 보호해주며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자란다. 어느 날 하산은 동네의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아미르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오히려 그러한 죄책감이 하산 탓이기라도 한 듯 하산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내 버린다. 하지만 아미르의 비겁과 위선에 대해 비난의 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공감이 간다.
죄책감이란 말을 마주하다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이유 모를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사람. 갈수록 뻔뻔함이 미덕이 되어가는, 죄를 지어도 죄인지 모르고 오리발부터 내밀고 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구원의 손길을 내밀 필요가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사실 그건 자살이 아니다. 분명한 타살이다. 그를 죽인 사람은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칼로 사람을 찌르고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칼이 죽인거라고 말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죄를 인정한 사람들에게만 구원이 있을 것이다. 성장한 아미르는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하고, 하산의 아들은 고아가 되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데,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하려나. 소설의 결말보다 작가에게 해피엔딩이다. 한 권의 소설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쏟아냈고 독자들은 공감했을테니까. 작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인류의 구원과 화합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의 소개와 관심을 유발하는데 있지 않았을려나.
그리고 한가지 더 단지 어머니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미르의 삶과 하산의 삶은 같은 세계(한 잡에서) 살아도 다른 세계의 삶처럼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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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름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도둑질보다 더 나쁜 짓은 없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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