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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장 그르니에

無不爲自然 2013. 6. 14. 21:50

조금만 더 길었더라도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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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자기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어떤 중립적인 영역 속에 담을 쌓고 들어앉아서 고립되거나 보호받을 수는 있다. 그것은 즉 자신을 몹시 사랑한다는 뜻이며 이기주의를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을 세상만사 어느 것과도 다를 바 없는 높이에 두고 생각하며 세상의 텅 비어 있음을 느끼는 경우라면 삶을 거쳐가는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에 혐오를 느낄 소지를 충분히 갖추는 셈이다. p28

 

* 어렸을 적에 나는 묘지를 보면 무서웠다. 해가 환하게 비치는 때에도 내 눈에는 묘지가 어둡고 시커면 것같이 보였고 무엇인가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있는 것만 같았다. p42

 

* 이 도시의 모든 공원들 중에서도 꽃이 가장 많이 핀 곳은 묘지였다. p43

 

*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씨알이 잡히지 않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지던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르낭Emest Renan은 아침마다 히브리어 사전을 열심히 읽곤 함으로써 삶의 위안을 얻었다. p53

 

* 노동을 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어 있는 개인들 - 그러니까 거의 모든 사람들 - 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어찌나 가혹한 것인지 그들에게 단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혁명에 대한 희망은 물론 별도로 쳐야겠지만) 그것은 병에 걸리는 일뿐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과 사고가 그리도 많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 그것들이 그리도 많은 까닭은 매일매일의 노동에 지쳐버린 인간들이 그들의 남아 있는 영혼을 구해내는 데 있어서 질병이라는 저 한심한 피난처밖에는 다른 방도를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p79

 

*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 그것은 불가능한 일 -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p84

 

* <저기는 두 사람씩 올라가야 됩니다> 하고 그는 당신에게 말한다. <아니 왜요?>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지요>. 위대한 풍경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p87

 

* 침묵을 완전히 표현할 줄 알았던 사람은 렘브란트뿐 p89

 

*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광증(狂症)의 주된 증상은 <관심 상실>이다. p130

 

* 인간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몫은 바로 인간을 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그것이니까.... 폭력에 의하여, 힘에 의하여, 터무니없는 제도에 의하여, 견딜 수 없는 속박에 의하여 인간으로부터 신성이 분출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p135

 

* 나는 오히려 무(無)가 되고 싶었다. 말을 거창하게 했지만 그저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라. 아구가 맞게 말하자면 그저 잠이라고 말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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