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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소설 전집

無不爲自然 2012. 11. 5. 21:41

루쉰 소설 전집

 

 

 연전에 루쉰 공원에 간 적이 있다. 상하이에 관광을 갔다가 일정에 비해 구경거리가 없어서 공원을 찾았던 것이다. 과거에는 홍커우 공원으로 불렸으며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하다. 공원이 그렇듯 특별히 눈길을 끌만한 건 없었고 루쉰기념관에 들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는 루쉰의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며 '엄청난 꼴초였군' 생각을 했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루쉰은 장편소설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소설은 단편들 뿐이라 미셀러니를 읽는 마냥 부담이 없다. 이 책은 그의 3권의 소설집(납함, 방황, 고사신편)을 한 권으로 묶어 출판되었다. 특히 고사신편에 수록된 소설들은 중국 고대의 전설과 역사를 소재로 채택하여 근대적으로 각색한 작품도 있고 비꼬고 싶은 인물은 신랄하게 풍자하기도 했다.

 

 후반기의 풍자적 소설보다도 시의적절한 비유가 넘치는 초창기 소설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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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주장이 남의 찬성을 얻게 되면 그것은 전진을 촉진하게 되고, 반대를 얻게 되면 그것은 분투를 촉진하게 된다. 홀로 낯선 사람들 속에서 소리쳤는데 낯선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이, 찬성도 없고 반대도 없으면, 마치 내 자신이 아득히 끝없는 황야에 버려진 듯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중략) 나는 내가 팔을 휘두르기만 하면 대번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영웅이 결코 아니었다. p13

 

*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p113

 

* 사람이 천지지간에 태어나서 아마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목이 잘리는 수도 있는 것 p178

 

* 조물주에게 비난할 만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그가 너무 멋대로 생명을 만들고 또 너무나 멋대로 짓밟아 버리는 것 p209

 

* 아무도 안 와요. 그들은 내 심경이 좋지 않으니까 와도 재미가 없겠지요. 심경이 좋지 않으면, 사실 사람들을 편치 못하게 하니까요. 겨울 공원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지요. p369

 

*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나의 귀로 전해져 올 때마다 몸을 숨긴 나쁜 아이가 등뒤에 숨어 짓궂고 냉혹하게 나를 흉내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 p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