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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론 - 쇼펜하우어

無不爲自然 2012. 8. 23. 20:09

 

 글을 잘 쓰는 비법에 대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글에 대한 수필집에 가깝다. 쇼펜하우어가 만년에 쓴 인생론집인 [여록과 보유(Parerga und Paralipomena)]중에서 독서, 사색, 글에 대한 부분만을 편집한 책이다.

 독서보다는 사색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독서라는 건 타인의 사색과 공상과 경험을 간접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다독으로 인해 독자 자신의 사색의 시간을 빼앗길뿐더러 고작해봐야 타인의 모방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독서를 통해서 사색의 소재를 구할수도 있을뿐더러 악서(惡書)를 통해서도 배울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긴 내가 다독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니까.

 쇼펜하우어라고 하면 다른건 몰라도 염세주의자라는 말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염세주의자들은 후손을 보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여성을 혐오했으니 결혼도 하지 않았다. 책 속에도 염세주의자적인 기질을 다분히 느낄 수 있다. 글은 인격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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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들과 짜깁기에 능숙한 삼류 학자들은 책을 읽고 싶다는 목적에 눈이 멀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사색의 충동을 억누르는 데 여념이 없다. 이것은 성스러운 정신에 대한 반역이다. 이런 자들은 광활한 실제 자연 보다 식물도감에 기재된 동판화를 더욱 아름답게 여기는 바보에 불과하다. p17

* 독서의 첫 번째 특징은 모래에 남겨진 발자국과 같다는 점이다. 즉 발자국은 보이지만, 그 발자국의 주인이 과연 이 길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무엇이 보이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