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그 누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가? 물론 워렌 버핏 정도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유롭지 못하긴 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돈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페이지는 술술 잘도 넘어간다.
도대체 이 책에는 '돈'이라는 단어가 몇번이나 나오는걸까? 이 책에 나오는 '돈'이라는 단어만 뽑아봐도 한 페이지는 충분히 넘칠 듯하다. 시종일관 돈타령인지라 속물스러운 이야기일듯 하지만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매춘, 살인, 도박, 결혼 등등)가 돈에 얽혀있음이 새삼 흥미진진하다.
돈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거지만 어떤 사람의 이름이 '돈'이라면 거부감이 들 듯 하지만, 고려시대 '신돈'이란 인물이 실재했으니 '김돈'이나 '이돈'이나 '박돈'도 뭐 없으란 법은 없겠지만 친근감이 들진 않는다.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 - 이남호」가 보르헤스를 부담없이 만나게 해주었듯이 이 책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나게 해주는 길잡이 노릇을 해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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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누리는 시간의 양과 질은 인간이 가진 돈의 양에 비례한다. p9
* 가난은 '볼거리'가 될 수 있고 적선은 볼거리에 대한 입장료가 될 수 있다. 때로 자선은 잔인하고 모멸적인 도락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박애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휴머니즘도 아니다. 받는 사람이 자신이 볼거리가 되었다고 느끼는 그런 적선이라면 그것은 베풂이 아니다. p42
->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의 목욕 봉사를 하던 후보가 생각나는 구절이다.. ㅎㅎㅎ
* 라스콜리니코프는 이 결혼을 막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도덕'은 고상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고상한 의무를 수행하려면 돈이 있어야한다. p151
*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그리는 한편 돈이 다가 될 수 없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p173
* 카드 빚 자살은 돈은 시간이라는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살자는 돈을 당겨쓰고 생명의 시간을 스스로 마감한다. 당겨쓴 돈은 당겨쓴 시간인 셈이다. p175
* 극빈자가 약간의 돈을 손에 쥐게 될 경우 십중팔구 그 돈은 날아가버린다는 점이다. 극빈에서 완전히 헤어날 수 없는 돈은 오히려 극빈자의 절망을 자극한다. p186
* 처절한 소비는 옹색한 절약보다 보는 이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p189
* 내가 두려운 것은 평범함이란다. 작품이 아주 좋지 않을 바에는 아주 나쁜 것이 차라리 나을 듯하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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