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주의보 - 최승호 대설 주의보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 詩調 2012.12.25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 詩調 2012.12.25
천장호에서 - 나희덕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 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羅喜德, 1966~ ) 충남 논산 詩調 2012.12.25
아름다운 위반 - 이대흠 아름다운 위반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詩調 2012.12.25
[정치] 박근혜가 당선됩니다. 경상도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될수밖에 없는 알고리즘 [정치] 박근혜가 당선됩니다. 경상도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될수밖에 없는 알고리즘 봉신 글번호 394926 | 2009-05-25 18:13:13 IP 121.131.***.145 조회수 14915 추천수 11 지금의 분위기면 당장 반한나라당 대통령이 나오겠지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3년이나 남아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 詩調 2012.12.25
홀린 사람 - 기형도 홀린 사람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 詩調 2012.12.24
농무 - 신경림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 詩調 2012.12.23
봄 - 이성부 봄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 詩調 2012.12.23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詩調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