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시도 끝에 다 읽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탄탄한 플롯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멋있는 아포리즘이 가득한 것도 아닐뿐더러, 작중에 등장하는 '나'는 작품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소설이 가짜라는 걸 말하기 위해 굳히 작가 자신의 등장으로 몰입을 방해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이 독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제목을 잘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무상을 잘 표현했다.
남들에게 추천서로 권하진 않겠지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잘 알려진 이야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의 죄에 대한 논쟁은 흥미로웠다. 스스로 알지 못하고 저질러버린 죄에 대해서 오이디푸스는 그렇게까지 가혹한 형벌을 스스로 치러야 했을까? 그렇다면 몰랐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 우리들 삶의 사랑이 어떤 가벼운 것, 어떤 무게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들의 사랑이 어떤 필연적인 것이라는 것, 즉 우리들의 사랑이 없을 경우 우리의 삶은 우리의 삶이 아닐 것으로 우리는 생각한다. p48
* 사비나에게는 <진실에서 산다>는 것, 자기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객 없이 산다는 것을 전제하고서야 가능하다. 어느 누가 우리들의 행위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잘하건 못하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우리 자신을 맞춘다. 그러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은 참되지 않게 된다. 관객을 갖는다는 것, 관객을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에 사는 것을 말한다. 사비나는 작가가 자신과 지신의 친구에 대한 모든 은밀성을 배반하는 문학을 멸시한다. 자신의 은밀성을 상실한 사람은 모든 것을 상실한 것이라고 사비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그것을 포기하는 사람은 괴물이다. 그 때문에 사비나는 자기의 사랑을 비밀로 해야 한다는 데 대해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녀는 그렇게 함으로써만 <진실에서 살 수 있다.> p140
* 인류는 촌충이 인간에게 기생하는 것처럼 소에 기생한다. 인류는 마치 거머리처럼 소젖을 빨아먹고 산다. 인간의 소의 기생충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는 자기 동물학에게 인간을 그렇게 정의할 것이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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