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고창 수동리 팽나무 - 제494호

無不爲自然 2017. 1. 22. 17:52

구름 사이로 잠깐씩 햇님이 고개를 내밀고

빈밭에는 어제 내린 눈이 반은 녹고 반쯤은 쌓여있으며

간간이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춤을 추는 듯한 눈송이 몇몇이 나풀거리는 날이였다.

이런 날은 기분이 업되어야하는지 다운되어야하는지~~

 

동구나무로 가장 흔한 느티나무가 속하는 느릅나무과 나무들의 이름 불러주기도 까막눈에게는 힘든 일이다.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뿐.

그런데도 불구하고 팽나무, 검팽나무, 산팽나무, 왕팽나무, 노랑팽나무를 논한다면 시쳇말로 팽(烹) 당하기 십상이리라.

 

사람이 늙으면 지팡이가 필요하듯 나무에게는 지지대가 필요한가보다.

반대편은 경사지인데 지지대 설치 전에 이미 굵은 가지들이 꺾여버린건지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져버렸다.

그래도 지난주에 보았던 '전주 삼천동 곰솔'의 처량한 모습에 비하면 양호하다.

 

고목이 으레 그렇듯 너그럽다.

그 너그러움에 깃들어 사는 작은 동물들의 소박한 집들을 보며

미니멀라이프를 다짐하며 14~24렌즈를 장만하여 브로드하게 담고 싶은 욕망을 잠재워본다.

 

보이지 않는 땅속의 뿌리가 濕을 찾아 뻗어 내리듯

허공의 가지는 熱을 쫓아 뻗어 올라있겠지만

여름날 무성한 잎을 매단 나무 보다

겨울날 헐벗은 나무들의 애처러운 모습이 더 좋은 이유는?

갈망하는 듯한 빈가지들 때문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갈망에 몸부림치는 듯한 빈가지들

동병상련의 정일련가?

 

'천연기념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 - 제503호  (0) 2017.03.01
전주 삼천동 곰솔 - 제355호  (0)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