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바보란 말을 마주하고 보니 신영복 교수의 [강의]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신영복 교수와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 동문이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의 - 신영복 중에서
여기에서 현명한 사람은 기회주의자들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성공이라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
'성공시대'에 나오는 오만한 인간들의 군상들은 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만회골을 넣으려고 발악을 하다가 삶을 마감하고만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내냈 사람이 자신이 실패자라고 스스로 낙인찍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읽은 한 권의 책으로만 남겨둬야 한다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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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에게 변호사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오히려 해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는 대체로 돈 있는 사람 편이 되어 없는 사람 괴롭히는 일을 한다. 양심의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형제를 돌보고,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도 좀 사 두고, 시골에 농장이나 별장 하나쯤 장만해 보고 싶은 생각이 양심을 앞섰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사였던 것이다. 해마다 입시에 무슨 수석 합격자가 미디어에 나와, 장차 법관이 되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위해 일하겠다거나, 의사가 되어 헐벗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말하는 것을 들으면 혼자 쓴웃음을 짓곤 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들 가운데 누군들 그런 포부를 말해 본 경험이 없겠는가. 이렇게 비웃으면서 자꾸 고개를 내미는 양심의 거리낌을 덮어 보려고 했다. 자기 직업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이바지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논리를 방패 삼아,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즐겼다. p70
*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 보수 세력은 위쪽에, 진보 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 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나는 20년 정치 인생에서 이런 현실을 뻐저리게 체험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진보 세력이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p204
* 모든 패배는 쓰라리다. 그러나 원칙을 잃은 패배는 더욱 쓰라리다.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다. 원칙을 지키면서 지는 것과 원칙을 어기면서 이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은지는 상황과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서 패배하는 것이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p295
*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 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p332
* 그는 대통령으로서 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시민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가 그 꿈을 모욕하고 짓밟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는 생명을 버렸다. 그가 생명을 던진 그 자리에,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의 꿈만 혼자 남았다.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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