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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 서머싯 몸

無不爲自然 2013. 9. 12. 20:34

인간의 굴레에서 Of Human Bondage

 

 인간을 구속하는 굴레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치열하게 싸우며 살다 죽는다. 그러한 싸움은 대개 소유를 통해 벗어나려하기 마련인데 그래서 구하려고 하는 것들은  돈, 사랑, 그리고 진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것들의 소유가 우리의 굴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감상은 제목때문에 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전혀 다른 것이였다면 이런 감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설가는 자서전을 따로 남기지 않는다. 왜?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미 다 풀어먹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서머싯 몸의 자서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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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어떤 폭정보다 더 잔인한 생활의 폭압에 신음하고 있다. 비록 침묵 속에 숨기고는 있지만, 그는 젊은 시절의 위대한 꿈, 그 꿈을 버리고 안일의 흙구덩에서 게으르게 뒹굴고 있는 인류에 대해 한없는 경멸감을 품고 있는지도 몰랐다. p167

 

* 사람은 자기 시대가 믿는 것을 믿는다. 자네가 말하는 성인들은 신앙의 시대에 살았어. 그 시대엔 오늘의 우리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을 수 밖에 없었네. p193

 

* 젊음이 행복하는 것은 환상이며 그것은 젊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환상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비참하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머리에는 끊임없이 주입되어 온 진실 없는 이상들만 가득 차 있어 현실에 접촉할 때마다 멍들고 상처받기 때문이다. p201

 

* 자신의 관능을 낭만적 감점이라고 잘못 알았고, 우유부단을 예술적 기질로 잘못 알았으며, 게으름을 철학적인 초연함으로 잘못 알았다. 그의 정신은 속물적으로 세련을 추구하였으며, 따라서 모든 것을 감상(感傷)의 금빛 안개 속에서 실물 크기보다 약간 크게, 흐릿한 윤곽으로 보았다. p201

 

* 모든 개인이 세상에 살면서 자기자신을 위한다는 사실을 자네가 받아들여야 자넨 다른 사람들에게 덜 요구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덜 실망할 거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자비롭게 바라볼 수 있어. 사람은 인생에서 단 한 가지를 추구하지. 그건 자기 자신의 쾌락이야. (중략)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지. 그것이 남들에게도 이로우면 선한 일로 여겨지는 거야. (중략) 사람이 혹 쾌락보다 고통을 더 좋아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진작 멸망했을 거야. (중략) 자넨 금방 인생의 의미가 무어냐고 묻지 않았나. 가서 페르시아의 양탄자를 보게, 그러면 조만간 답을 얻을 수 있을 걸세. p357 크론쇼의 말

 

* 세상에 가장 굴욕스러운 일은 말이지, 먹고 사는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 난 돈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멸감밖에 들지 않네. 그런 자들은 위선자가 아니면 바보야. 돈이란 제 육감과 같아. 그게 없이는 다른 오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지. 적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생의 가능성 가운데 절반은 막혀버리네. 딱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한푼 벌면 한푼 이상 쓰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예술가에겐 가난이 제일 좋은 채찍이 된다는 말들을 하잖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가난의 쓰라림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천하게 만드는지 몰라. 사람을 끝없이 비굴하게 만드네. 사람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암처럼 사람의 영혼을 좀먹어 들어가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너그럽고 솔직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말이야,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예술하는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을 자기 예술로만 의존한다면 그런 사람을 정말 가련하게 보네. p415 무슈 프와네의 말

 

*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p429

 

* 사회는 자신에 이로운 행위를 미덕이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악덕이라 부른다.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은 그 이상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죄란 자유인이 벗어나야 하는 편견이다. p433

 

* 사랑이란 심장에 서식하는 기생충인가, 저주스럽게도 그의 생명의 피를 빨아먹고 살았다. p497

 

* 관념주의자는, 번잡한 인간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그곳에서 몸을 빼낸다. 싸울 힘이 없는 그는 삶의 투쟁을 비속(卑俗)하게 여긴다. 그는 자만심이 강하며, 남들이 자기를 스스로 평가하는 만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남들을 경멸함으로써 위안을 삼는다. 218

 

* 희망이 없다면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다. 그럴 경유 할 수 있는 딱 하나 용감한 선택은 죽는 일뿐이다. p353

 

*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 우주를 돌고 있는 별의 한 위성 지구 위에서, 이 유성의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는 조건에 영향을 받아 생물이 발생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듯이 그것은 다른 조건 아래에서는 끝장을 볼지도 모른다. 다른 생명체보다 하등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인간, 그 인간도 창조의 절정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물리적 반응으로 생겨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직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았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다. p364~366

 

* 노인은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은 이 공포를 겪어야 하리라고 필립은 생각했다. 정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잔인한 고토을 겪게 하는 신을 믿는다! p409

 

* 권태이든 격정이든, 쾌락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의 무늬를 더 풍부하게 하니까.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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