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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 타밈 안사리

無不爲自然 2013. 1. 19. 21:13

 Destiny Disrupted: A History of the World Through Islamic Eyes

 

 

 

 그동안 서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길들어져 있었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예를 들자면 '중동전쟁'이라는 말에서 '중동'이라는 말 자체도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유럽인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그러한 말들을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우리도 유럽인인 것처럼. 이 책에서는 중동이라는 말 대신 중간세계라고 표현한다.

탁월한 선택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이슬람이라는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슬람이라고 하면 단순히 수많은 종교의 하나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슬람은 종교 차원에서 중요시하는 개인의 구원 보다는 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일종의 원시적 사회주의 사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외에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도래되었는지라든지, '지하드'라는 이름 아래 이해할 수 없는 테러나 일삼는 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계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그 내용이 방대하다. 그중 십자군시절 이야기중 유럽의 원정대들은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대학살을 자행할 뿐더러 인육을 먹는 등 온갖 패악을 저지른 반면, 이집트의 살라딘은 예루살렘을 회복 하는 과정에서 거의 무혈로 이루어낸다. 과연 어떤 모습이 더 문명적인 것인지?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인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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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스러운 시절에 사람들은 난해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모호한 것을 참지 못하기 마련이다. 명확한 규칙을 단언하는 교리는 사람들을 공동의 믿음으로 응집하게 만들어 사회 결속을 이끌어내는데,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시대에 사람들은 한데 모여 있는 편을 좋아한다. p197

 

* 용기와 진실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은 역사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TV토크쇼 진행자 빌 마허는 9·11의 자살 비행기 납치범들이 용감했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쳤다는 이유로 방송국에서 잘렸다. 생각이나 행동이 악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셩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 상식적으로 요구되는 예이다. 그래서 불행히도 사람들은 용기와 진실성을 동일시해서 미심쩍은 사상을 용기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변호하고 정당화하는데, 이는 겁쟁이는 진실을 말할 수 없으며 용기 있는 자는 거짓을 말할 리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p269

 

* 세계가 국가들로 편성된 지 미처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쉬운데,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국가로 편성되는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1945년부터 1975년 사이에 새로운 국가 백여곳이 탄생하면서 마침내 지구상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어느 민족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p498 

 

* 가잘리-행복의 연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