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Entropy)
*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1법칙),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p56
*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p58
과학 서적이라 소설을 읽을 때처럼 슬렁슬렁 읽으면 문맥 파악이 어려우니 눈에 힘을 주고 읽어야하는 못 들어 본 법칙 이야기나 나오는 딱딱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철학서에 가깝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됨으로서 오는 괴리감은 기계문명 때문이고, 고엔트로피 문화에 젖어든 생활방식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들[人+爲]이 거짓[僞]이 되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점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
* 저엔트로피 문화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며 이 둘을 결코 분리하지 않는다.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생명의 원천이 된다. p273
* 고엔로로피 문화에서 인간의 노동은 큰 가치를 갖지 못한다.(중략) 육체노동은 저급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중략) 현대 사회에서 노동은 필요악이다. 우리가 즐기고 싶은 것을 얻게 해주는 수단인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짐인 것이다. p269
* 자신의 의지와 기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어리석은 농부나 미개인들도 전문가 사회의 가장 총명한 근로자나 기술자 또는 지성인보다 유능하다. p324
진보, 개발, 성장, 발전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상이며 '진보'라는 단어가 기계론적 세계관의 대표적 개념이란게 놀랍다. 막연히 진화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듯이 진보도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 기계론적 세계관은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아이작 뉴턴 등 세 사람의 공동작품이다. p37
* 로크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을 향한 길이다. 인간은 자연의 멍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p45
* 가장 광범위한 생태학적 맥락에서 경제발전이란 좀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방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p106
* 사후세계에서 구원을 얻는다는 중세의 목표는 이제 사라지고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목표가 그 자리를 채웠다. p43
* 기계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진보라는 개념이다. p51
'왜'라는 형이상적인 질문에 대답을 구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무렵 적어도 '어떻게' 의 답이라도 구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요즘 그런 사고방식은 기계론적 가치관에 젖어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자 섬뜩해진다. 역설적인 제목인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란 책이 문득 생각난다.
* 그리스인들에게 과학이란 사물의 형이상학적인 '왜'를 탐구하는 것이었지만 베이컨은 학문이란 사물의 '어떻게'를 연구하는 데 바쳐져야 한다고 믿었다. p38
* 오늘날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데 코끼리 몸을 아무데나 마구 쑤셔보는 난쟁이 장님의 무리와도 같다. 코 앞의 조그만 공간을 열심히 쑤셔볼수록 이들은 자기 앞에 있는 것에 대해 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결국 진리에서 더욱 벗어나는 것이다. (중략) 시험도 경험적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형성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대치될 것이다. (중략) 교육은 과학과 마차가지로 '어떻게' 대신 '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p298
* 그리스 사람들은 더욱 큰 변화와 발전을 더욱 심한 쇠락과 혼돈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그들의 목표는 변화로부터 최대한 보호된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 p28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中古品이지만' (황지우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시집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란 결국 엔트로피 발생 속도를 늦추는 것 뿐이다. 심히 암울해진다.
* 인간과 기계는 기존의 가용한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변환시킬 수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잠시 동안의 효용'을 만들어낼 뿐이다. p175
* 어떤 생물도 자신이 쏟아놓은 쓰레기 한가운데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 p266
* 백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시보다 1인당 1,000배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근육의 힘으로써가 아니라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일을 '적게'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p96
* 우리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을 찬양한다. 그러나 에너지의 대량생산은 사실상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욱 빨리 소비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은 국민총비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왜냐하면 자원은 소비될 때마다 미래에는 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p179
* 우리는 시간을 뒤로 돌리거나 엔트로피 과정을 역행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엔트로피 과정이 발생하는 속도를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p77
인간은 누구나 죽으면 관棺이 필요하다. 그런데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보다 무수한 관觀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세계관에 관한 책이다. 고엔트로피 문명에서 저엔트로피의 시대로의 이행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며 그에 따른 새로운 세계관의 정립 필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거기에 동참하느냐 거부하느냐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p13
* 너의 종種을 네 몸 같이 사랑하다. p347
이 책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이다. 결국은 인류의 희망과 인류애를 주창하고 있다. 평소에 나의 부족한 인간애를 통감하면서도 이런 책에 감명을 받는 거 보면 넘치는 인류애 때문인거 같아 위안을 삼아본다. 빨리 읽기가 아깝다는 느낌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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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의 시대 (중략) 악한 일을 하는 사람과 오만한 사람이 명예를 얻는다. 정의는 폭력에서 나오고 진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 p27
* 기독교에서 신은 삶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또는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의 뜻이었다. p30
* 결국 기독교적 세계관은 통일되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역사관을 낳았다. 이 거대한 신학적 집대성 속에 개인의 자리란 없었다. 중세적 삶의 역사적 틀을 유지시켜준 것은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였다. p31
* 우리의 여가시간은 새로운 기계와 친해지는 데 쓰인다. p34
* 우리는 기계가 설정한 틀에 따라 산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가 우리 삶의 외부적 측면에 대해 갖는 중요성은 기꺼이 인정하지만 그것이 우리 존재의 내부까지 뚫고 들어온 모습을 직시하는 데는 훨씬 소극적이다. p35
* 인류학자 막스 글루크만은 이렇게 말했다. "과학이란 우리 세대의 가장 어리석은 사람조차 지난 세대의 천재보다 앞서갈 수 있는 학문을 말한다." p55
* 궁극적으로 열 죽음이라는 최후의 평형에 도달하면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형태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p76
* 버트란트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생명체는 주변환경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변화시켜 자신을 위해 사용하려고 하는 일종의 제국주의자들이다." p80
* 진화는 한편으로 거대한 무질서의 바다를 만들면서 군데군데 점점 더 큰 질서의 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p83
* 행복은 공백상태를 남기고 위기는 발명의 시대를 남긴다. p92
* 역사 전체에 걸쳐 기술의 질적인 변화는 항상 더욱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왜냐하면 환경의 변화는 항상 덜 유용하고 캐기 힘든 에너지원 쪽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p108
* 우리는 현재의 행동양식이 만들어가는 세계가 실제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다. 오웰의 [1984년]에서 사람들은 전쟁은 평화이고 거짓말이 진실이라는 식으로 세뇌당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질서는 질서이고, 쓰레기는 소중하며,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은 같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에 젖어 있다. p113
* "모든 기술은 주변환경에 더 큰 무질서를 창조하는 대가로 일시적인 '질서의 섬'을 만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p115
* "모든 새로운 기술은 앞선 기술이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탄생했다." p116
*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지나친 전문화는 종의 멸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어떤 종이 특정한 생태계 내에서 지나치게 전문화되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즉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과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p131
* 미국의 모든 원자로는 끊임없이 소량의 방사능을 주변환경으로 방출하고 있다. 물론 업계 사람들은 이 방사능이 법적 기준 이하라는 사실을 재빨리 지적한다. 그러나 그들은 강하건 약하건 간에 모든 방사능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의학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p149
* 심리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대도시 사람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사람들보다 교제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다. p203
* 우리가 전쟁의 역사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에너지 흐름이 집약되면 될수록 전쟁은 더욱 잔혹해지고 비인간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p210
* 미사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다. 파괴를 위해 사용하거나 고물이 될 때까지 보관하다가 폐기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 미사일을 만드는 데 들어간 지구의 자원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후손들이 쓸 쟁기를 빼앗아 칼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p215
*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 삶의 비밀을 들여다본 순간, 그리고 이브가 지혜의 나무에서 사과를 따먹은 순간, 인간은 길고도 고통스런 여행을 시작했다. 이 여행은 지식의 축적이라는 것이 세상을 더욱 무질서하게 만들고 더욱 와해시키는 과정이다. p218
* 정말 이상한 것은 입수가능한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세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태를 "정보 과부하"라고 부른다. 이 용어의 배후에는 엔트로피 법칙이 버티고 있다. 더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쏟아지지만 우리가 흡수하고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점점 더 적어진다. 활용되지 않은 나머지 정보는 분산된 에너지 또는 쓰레기의 형태로 축적된다. p223
*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일이나 세상 돌아가는 것 전체에 대해서 점점 알기 싫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이 엄청난 정보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p224
* 많은 환자들의 경우 애시당초에 병원에 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진짜 비극이다. 의학보고서에 따르면 "1974년에 의사들은 240만 건의 불필요한 수술을 실시하여 1만 1,900명이 불필요하게 사망했고, 대중에게 40억 달러의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주었다." p232
* 오늘날 치료의학은 죽음에 이르는 주요 질병을 제거하는 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고 늘어난 평균수명에 대해 생색을 낼 근거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지난 몇 년 간 실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거 150년간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데 주로 기여한 요소는 개선된 위생상태와 영양공급이다. p233
* 오염이란 사회의 에너지 흐름에서 축적되는 분산된 에너지일 뿐이다. 에너지의 흐름이 크면 클수록 오염도 커지고 그로 인해 죽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이다. p234
* 전세계가 거대한 산업의 쓰레기통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데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진해서 우리의 물질적 부를 대폭 줄여야 한다. 인류애의 이름으로 희생을 감수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p247
* 깨끗한 공기를 요구하려면 우선 자신들의 경제적 풍요를 이루는 부를 좀더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자진해서 그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일으켜줄 것이다. p253
* 세계의 위대한 종교가 모두 동감하는 불멸의 지혜가 있다. 그것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물질적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우주의 형이상학적 전체와 하나가 될 때 느끼는 해방감에 있다고 가르친다. p267
*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믿었다. '문명의 본질은 욕구를 증가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를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데 있다.' p268
*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를 소유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거기에 집착한다. 소유물을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p268
*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작업자는 기계가 '원하는'작업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공정 자체가 인간이 아닌 기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인간은 근로의 과정에서 중요성을 상실하며 따라서 생산의 자급도도 떨어진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더욱 기계에 의존하게 된다. p271
* 기술이란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떨어뜨리는 변환자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에너지를 소비하는 복잡한 기술을 덜 쓸수록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p283
*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폭발은 수십억 년간 지하에 저장되어 있던 태양 에너지를 꺼내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p284
* 궁극적으로 과학이란 예외없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일 뿐이다. p293
* 오늘날의 교육이란 12세부터 16세까지 뉴턴적 세계관을 가르치는 훈련과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p295
* 자연에 대한 전통적인 기독교 접근방식은 생태계 파괴의 주요인이 되었다.(중략)기독교 교리의 단점 중 하나는 창세기에 나오는 세계지배에 관한 것이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이 '지배'라는 개념은 인간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조작하고 착취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p303
* 우리는 유한한 세계 안에서 불멸을 찾아 몸부림친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러한 몸부림에는 허무주의가 베어 있다. p330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3~)
1980년 [엔트로피] 출간
1992년 [육식의 종말] 출간
2000년 [소유의 종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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