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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90년대

無不爲自然 2010. 11. 6. 13:53

8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책. 하루밤에 한편 정도씩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단편소설이 좋다.

 

세상의 다리밑 - 최인석

 

문체가 특이하다. 거의 모든 맺음말이 ~습니다.이다. 종교적인 문제를 다룬 글이라 일부러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죄인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고백하는 듯하다. 심오한 주제를 나름대로 잘 이끌어 나간 듯하다.

* 노파는 팔리지 않아 잊혀진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 비록 틀린 가치라 할지라도 어떤 가치를 믿고 있을 때에 사람은 타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틀린 가치라 할지라도 사람에 대한 계몽적 효용성은 있는 셈이지요.

* 이 세상 이 자체가 그대로 지옥이라는 것을. 이곳에는 잔인함이나 불결함, 부패나 탐욕과 더불지 아니하고는 그 어떤 기쁨과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 살아 있는 산 자보다 죽은 지 오랜 죽은 자를 복되다 하였으며, 이 둘보다도 출생하지 아니하여 해 아래서 행하는 악을 보지 못한 자가 더욱 낫다 하였노라.

 

배암에 물린 자국 - 윤대녕

 

이 소설속의 배암은 우리가 생각하는 배암이 아닌듯하다.

* 먹물빛 어둠이 관 뚜껑처럼 머리 위로 덮이는데

* 마치 내가 남의 죽은 몸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 나는 내 몸에서 독기운이 빠져 나가는 대신 내 마음속에 시퍼런 독을 키우고 있었다.

 

잔일 - 윤영수

 

유난히 생활속에서 잘 접해보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나온다.아직 살아보지 못한 노인들의 이야기라서 그런 모양이다.

* 발갛게 또는 노랗게 타오르던 단풍의 찬연한 색깔은 나무가 토해 내는, 헛된 삶에 대한 마지막 함성일 수도 있고, 또 다르게 생각하면 올곧은 수의로 갈아입고 세월을 맺으려는 나름대로의 겸허한 의전일 수도 있다.

* 깊게 파인 얼굴의 주름살처럼 굳어 버린 자신의 무뚝뚝한 성격

* 영육이 분리되는 순간에 사내는 자신의 흡뜬 눈으로 무엇을 보았을까. 육체에 드리워지는 저승 사자의 그림자, 아니면 흐트러진 흰 머리칼 사이로 부스스 빠져 나가는 자신의 혼.

* 미렷하다 [형용사] 살이 쪄서 군턱이 져 있다.

책속) 정신을 가다듬어 겨우 뜬 눈에 경비원의 미렷한 턱이 비친다.

* 지르잡다 [동사] 옷 따위에서 더러운 것이 묻은 부분만을 걷어쥐고 빨다.

책속) 김이 더럽혀 놓은 이부자리를 화장실 한구석의 청소 용수로 지르잡아 널 때의 장의 심정이야 그렇게 아득하고 착잡할 수가 없었다.

* 분답 [紛沓][명사]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북적북적하고 복잡함. 또는 그런 상태.

책속) 그 분답스런 성격에 소동이나 피우면 공연히 귀찮기만 하다.

* 반비알지다 [半비알지다][동사] 땅이 약간 비탈지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 한창훈

 

* 사시장철 [四時長철][부사] 사철 중 어느 때나 늘.

   사시사철 [四時四철] [명사] 봄·여름·가을·겨울 네 철 내내의 동안.

 

나비의 꿈, 1995 - 차현숙

 

* 그가 열심히 고흐나 고갱의 화집과 짐 모리슨의 음악을 듣는다 해도, 그는 그들의 예술품이 아니라 격력한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끝날 뿐이다.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 뜨고 있다기보다는 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크고 깊숙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