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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제인 구달 / 궁리

無不爲自然 2021. 3. 25. 13:10

 예전에 성경 구절도 많고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해 거부감이 들어서 읽다 말았던 적이 있다. 최재천의 책에서도 제인 구달이 언급도 되고, 도서관 고양이 듀이를 읽고 나니 동물 친화적인 책이 당겨서 골랐다. 

 이 책은 제인 구달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아프리카의 밀림을 동경하고 타잔의 애인 제인을 질투하며 자란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의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를 한다. (공교롭게도 '제인' 동명이네.) 그곳에서 침팬지 행동 관찰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본성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밀림의 사자나 기린, 코뿔소, 코끼리가 아닌 침팬지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인류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연구 대상으로 침팬지만한 연구대상도 없을 것이다. 침팬지들도 서로 죽이고 전쟁을 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누가 그랬지? 인류만이 동족을 살해하고 전쟁을 한다고. 인간의 잔혹함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서 한 말이겠지만, 진실이 아닌 것이다. 생사를 겨루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를 너그럽게 포용할 순 없다. 비록 동족이라고 하더라도. 

 

* 말을 버렸을 때 다가오는 새로운 깨달음을 말로 묘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모든 것이 신선하고 놀라웠던 어린 시절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것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말은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많은 것을 빼앗아가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벌레 하나를 보고 즉시 어떤 특징들을 추상해내고 그것을 파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인지적 연습을 통해서 경이의 일부는 사라져 간다. 일단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분류하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그것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말은 합리적인 자아의 일부분일 뿐, 잠시 동안 그것을 포기하면 직관적인 자아가 좀 더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p116

 

* 자연 세계와의 교감, 모든 생명을 관통하는 영적인 힘과의 교감을 가져오는 이러한 사소한 것들을 통해, 우리는 좀더 도덕적으로 영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p278

 

*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기도만을 하지 않는다. 그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투에 자신을 투신할 것이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도 주변 생명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똑같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 슈바이처 p311

 

 구구절절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책이 출판된지 2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아마존을 위시한 열대 우림의 파괴는 단 한 해도 멈추지 않고, 대기 중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후 변화는 심해지고, 북극의 빙하는 매년 녹아내려 사라져 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구 환경 아래에서는 절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을 이야기하면 누가 책을 펼쳐 보기나 하겠는가? 희망을 강조한다는 건 그만큼 절망적이라는 말도 될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은 절망도 없을 테니까. 

 

* 포스트코로나 - 최재천, 제인 구달 

www.youtube.com/watch?v=Te5g9d_pVgQ&t=27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