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 너새니얼 호손 / 문예출판사
호손의 단편소설 '큰바위 얼굴'은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었던 작품이였다. 지금도 실려있는지는 모르겠다. 국내 작가의 혹시도 있을지 모를 로비에 의한 효과도 아닐테이니 문학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호손의 다른 대표작인 '주홍글씨'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음에도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주홍글씨를 읽었다. 무엇이 30년이라는 기~~인 시간을 흐르게 만들었을까? 이제야 삶의 여유를 느끼는 것일까? 지금의 삶이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덧없음뿐인데. 정신없이 바쁘게 살때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삶의 의미가 작금에 헤아려보면 그 어디에도 의미를 둘 수 없는 덧없음뿐이다. 이런걸 느끼기 위해서 삶의 여유가 필요한 것일까? 차라리 평생을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1850년에 출판된 호손의 첫 장편 소설 '주홍글씨'는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붙어 다니는 A는 Adultery(간음)의 머릿글자이다. 간음이라는 죄의 처벌로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가는 처벌도 웃프지만, 상대가 밝혀지지 않은 처녀의 임신은 '예수'의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현실은 주홍글씨처럼 가혹하다. 조롱거리를 가슴에 달고도 헤스터는 혼자 힘으로 꿋꿋하게 살아간다. 뛰어날 바느질 솜씨로 생계를 도모하고 어린 딸 '펄'을 지극정성 돌보며, 마을의 궂은 일은 나서서 도와주며 급기야 간음의 A에서 Angel의 표식으로 바뀌어 나간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그런지, 소설 자체가 그런지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여전히 고전으로 살아남아 200년 가까이 내려오고 있다. 과연 200년 이후에도 고전으로 남아 사랑 받는 작품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든다.
* 인간성은 이기심이 동하지 않는 한 남을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기를 서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본래의 미웠던 감정이 부단히 되살아나서 길을 막지 않는 한, 미움도 세월이 흐르면 서서히 사랑으로 변한다. p149
인간성은 나의 여전한 화두이다. '이기심이 동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흥미롭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이기심이 동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