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한강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열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한강의 '몽고반점'도 읽었다. 그리고 한강의 다른 소설을 접할 기회도 없었거니와 굳히 접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유를 대자면 평범해서 흥미가 떨어진다거나 표현이 저열해서 포르노그라피를 연상되어서라기 보다는 줄거리가 너무 발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맨부커상의 수상과 함께 언론에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저 정도는 읽어줘야하지 않나 하는 허영심을 자극했다.
채식주의자는 3부작 연작소설의 묶음이다. 짧게 요약하면 어느 날 끔찍한 꿈으로 인해 채식주의자 된 영혜가 주위 가족에게 육식을 강요받다가 자해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거식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으며 도대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때문에 저렇게 발칙한 이야기를 썼을까? 하며 읽었는데 결말 부분에야 겨우 알것도 같았다.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p214
영혜의 언니 인혜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동생이 거식증으로 깡말라 죽게 생긴 영혜에게 병원에서 억지로 미음을 투여할려다가 피를 쏟으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독백을 하는 부분이다. 정신병원을 나오고 싶어하는 동생 영혜를 감당하기 힘들어 방관하다시피 하다가 결국은 동생을 데리고 큰 병원으로 옮겨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애초에 채식주의자가 되려 했을때 주위의 가족들이 그렇게까지 폭력적으로 육식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되지도 않았을텐데. 채식이라는 자기 자신의 의지조차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폭력적인 사회를 비판하려는 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