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調
으름덩굴
無不爲自然
2018. 5. 3. 12:54
이른 봄 찬 바람이 부는 언덕과 계곡에 봄을 알리며 피는 꽃들은
강철같은 대지를 뚫고 일어서는 처절한 생명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전사의 느낌은 없고
촘촘한 솜털에 감싸인 모양이 포대기에 쌓인 아기 마냥 귀엽기 이를데 없다.
반면 가을에 찬서리 맞아가면 피는 꽃들은
초록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누님같은 원숙미가 돋보인다.
가끔은 심술궂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의 여왕인 지금 피는 꽃들은
꽃단장을 마친 화사한 소녀의 청초함이 묻어난다.
얼레지, 남바람꽃, 깽깽이풀, 금낭화, 앵초 등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온 산과 들에서 소리없이 피고 진다.
필자가 매해 빠지지 않고 담아보는 꽃이 으름덩굴이다.
으름덩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힘들게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동강할미꽃은 동강이 아니면 볼 수가 없으니
먼 길을 달려가야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산에는 으름덩굴이 있다.
연분홍 햇살이 한가로이
희롱하는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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