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동읍

無不爲自然 2015. 11. 16. 13:25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지만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반이다.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다시 잠이 올거 같지 않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페이스북을 보다 말고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책을  잠시 펼쳐본다

오랜만에 해돋이나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날씨를 확인해본다. 일출 시간은 7:02 청명이라고 나온다.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한번 가본 적 있는 섬진강의 물돌이를 조망할 수 있는 광양 무등암까지는 30분 남짓 거리이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기 전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더니 한줄기 플래시 불빛만으로 사위의 어둠을 물리치기엔 어림도 없다.

흙길이 시작되는 찰라 저만치서 우당탕인지 후다닥인지 짐승의 소리에 흠짓 놀랐다.

가슴이 얼마나 떨리던지.

물론 나보다도 상대방이 더 놀라고 가슴이 떨렸겠지만.

날이 조금 더 밝으면 올라야겠다.

문득 아침에 페이스북에서 봤던 글귀가 떠올랐다.

'다리 떨리면 못가니

가슴 떨릴때 가세요'

오지탐험 여행 전문가가 쓴 글인거 같았는데~~

지금의 나처럼 가슴 떨린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안 쉬고 올라가면 정상까지 20분이면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여명은 좀 봐야지 하는 생각에 35분까지 기다렸다.

가느다란 플래시 불빛을 쫓아 일체유심조를 마음 속에 새기며 오르는 길에

만난 대나무숲의 어둠의 터널은 가히 망상의 헛깨비들을 초대할만했다.

대낮에도 대나무숲은 햇빛 한줌 들지 않아 어둡지 않은가.

터널이 길지 않아서 망정이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지금쯤 산사람이 되어있을 줄 누가 알랴?

대나무숲을 통과한 후에는 날도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칠흑같은 어둠을 통과한 뒤라 그런지 한층 밝게 느껴졌다.

 

그렇게 정상까지 안쉬고 20분만에 올랐다. 아드레날린 분비가 많아서 인지 힘든지도 몰랐다.

저 멀리 해가 쏟으려하고 시간은 딱 맞게 왔다. 정상에는 저번처럼 아무도 없다.

바람이 분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막 올라온 나는 덥다. 옷을 한꺼풀 벗고 셋팅을 한다.

저쯤에서 해가 쏟을거라 예상하고 셋팅을한건데 진정 해가 쏟을때는 카메라 렌즈 안에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인생은 시간보내기인데. 어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