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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無不爲自然 2013. 11. 18. 22:23

 삼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들이 했던 하늘빛 이미지 광고가 얼마나 허구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삼성을 포함한 재벌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건 아니였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알게되었다. 다소 확대 해석한 경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삼성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아닌 사회 오염의 근원지의 다름 아닐뿐이다. 정치는 돈으로 하는 거라더니 삼성의 관리를 안 받은 정부는 없는 듯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문제 제기만 하고 답은 없는 답답한 결론인가 싶었는데.. 너무나도 거창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반부패 시민혁명.. 그 고독한 혁명을.. 물론 나는 그 혁명을 열렬히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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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라는 이름의 물신을 위해 모든 가치를 뒤로 미루는 오늘의 국민정서 또한 재벌의 범죄를 방관하거나 관대하게 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범이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p86

 

* 돈과 인맥을 가진 이들이 마구 횡포를 부릴 때, 약자가 기댈 곳은 결국 법과 상식뿐이다. 법과 상식마저 무너지면, 돈, 인맥, 명성, 정보, 힘이 모두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다. p226

 

* 로비가 통하는 사회에 합리적 이성이 설 자리는 없다. 사법부를 농락하는 힘이 있는 곳에 정의는 없다. 이런 사회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말장난과 로비로 급한 상황만 넘기면 된다. p277

 

*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그동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하며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혜택과 권리에는 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따라서 이런 자들이 죄를 저질렀다면,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게 옳다. p322

 

*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검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일은 검사의 몫이 아니다. 경제정책 당국자가 할 일을 검사가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p329

 

* 썩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현실 앞에서 체념하고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절망적이라는 게 희망을 포기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체념과 냉소를 전염시키는 일 역시 부패의 공범이다. "다 그런 거지"라는 체념과 냉소 속에서 부패는 관행이 되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p386

 

* 이런 사회에서는 아무하고나 형님, 아우 하면서 잘 어울리는 자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친분 있는 선후배를 돕기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경우에 대해 죄의식을 갖기는커녕 '남자다운 일', '의리 있는 행동', '통 큰 배짱' 등으로 여기는 일도 흔하다. p392

 

* 진실로 인간성이 좋은 사람은, 욕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옳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칭찬을 듣고, 바쁜 짓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욕을 먹는 사람이 대개는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성이 좋다"는 평가는 이런 이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p415

 

*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권해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현명한 것으로 통하고 "손해 보더라도 정직해야 한다"는 순진한 어리석음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운 아이들이 커가는 일을 차마 지켜볼 자신이 없다. p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