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의 지구 온난화를 경고한 불편한 진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실을 수식하는 불편이란 단어가 부절적하면서도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실 불편한 진실은 환경문제를 다루는 책보다는 인간의 양면성이나 숨겨진 어두운 내면을 고발한 책에 더 어울릴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진실이 내포하고 있는 인간의 추악하고 어두운 내면을 마주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그럴듯한 거짓을 믿고 받아들이려한다.
잘나가는 청년 토이아스는 두 명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십년의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고향집은 십년의 세월동안 폐허가 되버렸고 이혼한 아버지가 홀로 지키고 있다. 이웃들은 토비아스를 몰아내기 위해 린치를 가하고, 새로 이사온 아멜리는 따분한 시골 생활에 활력을 주는 석연치 않은 살인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홀로 파헤치려 하고, 타이밍이 적절하게 십년 전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어 강력계 형사인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수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아멜리가 다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중심의 소설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손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동안 봤던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도 오버랩된다. 평범한 시골 마을이 배경인 위기의 주부들, 사건의 원인이 되는 형의 아내가 될 여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영화 문스트럭, 그리고 너무 늦은 시간에 방영한 까닭에 가끔 보았던 범죄드라마 CSI, 남여 콤비 형사가 활약했던 X-파일.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작품이지만 비슷비슷한 영화나 드라마가 이미 많이 나와있어 참신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추리소설의 생명줄인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때문에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손에 잡지는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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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내리기 힘든 결정을 대신 해주고 그들의 보잘것 없는 인생을 대신 책임져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주 좋아합니다. p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