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주는 것 없이 미운 나라.. 아니, 과거사때문에 분노하게 만드는 나라..
그래서 일본의 문학이나 예술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주는 거 없이 정이 가는 나라도 많은데 정나미 떨어지는 일본의 소설책을 굳히 뒤적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였다.
그런 생각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만나고 바뀌기 시작하더니
세간에 떠들썩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게 하고.. 벌써 나쓰메 소세키와는 세번째 만남이다..
시니컬하면서도 가벼운 문체때문인지 하루 밤 날새기 좋은 책이다.
1906년에 발표된 소설이니까 올해로 사람의 나이로 치면 백살이 조금 넘었다.
도련님이라는 제목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줄거리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선생님 이야기이다.
모순 투성이인 사회에 격분하고, 부임한 학교에서 부조리의 전범인 교감선생을 혼내주며 끝난다.
백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사의 모순들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조금도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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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받는 사람보다 그렇게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훌륭했다. p93
* 도대체 낚시나 사냥을 즐기는 인간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정머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살아있는 것을 죽이고 즐거워할 리가 없다. 새든 물고기든 당연히 죽기보다는 살고 싶을 것이다. 새나 물고기를 잡아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세상에 살면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잔인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다. p103
*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일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악해지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일까? 가끔 솔직하고 순순한 사람을 보면 그를 '샌님' 혹은 '풋내기' 라고 부르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윤리시간에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솔직한 인간이 되어라.' 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아예 '거짓말하는 방법' 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 혹은 '사람을 속이는 계책' 등을 가르치는 편이 학생들의 세상살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