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매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은 없다. 있다면 신이거나 바보일게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들이 하는 짓거리라는 게 파랑새를 그리워하거나 자기부정을 일삼는 일일게다. 아니면 둘 다 이거나.
빅 픽처에 나오는 주인공 벤 또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성공한 변호사의 삶을 살아가지만 세속적인 삶을 지양하며 일탈을 꿈꾼다. 어린 시절부터 간진해온 사진사로서의 꿈을 간직한 채. 그렇게 남들 보기에 지극히 순탄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데... 어느날 마른 하늘의 벼락처럼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아내와 바람을 피운 아마추어 사진사 게리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만다. 드디어 벗어나고 싶은 일상탈출의 순간이다. 덫처럼만 느껴지던 일상들도 일단 적응하고나면 떠나야하는 시간에는 머뭇거리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다. 비록 저주하던 삶이라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쉬운 법이다. 자수를 고민하다가 철처하게 게리로 살아갈 결심을 하고 멀리 떠난다. 새로운 삶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사진사로서 성공하게되는데..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라. 다 얘기해버리면 재미없자나요.
소설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분명 있다. 그 전범을 제대로 보여준 사람이 내 생각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이지 않을까. 살인이라는 비윤리적인 요소가 빠지면 김빠진 맥주처럼 건조해지기 쉬운게 이야기이다. 적어도 자살이라는 죽음이라도 있어야지. 그러한 요인들을 작가는 잘 알고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묘사의 특징중 하나가 돈 단위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 작품의 전반부에서 그런 표현이 자주 보인다. 주인공이 옷을 벗어 놓은 상태에서 널부러져있는 옷을 표현할때도 얼마의 돈이 널부러져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표현이나 소재의 선택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나는 책이였다.
-----------------------------------------------------------------------------------------------------------------
*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p117
* 내가 이룬 세상을 스스로 경멸한 자기혐오도 죄악이었다. 생의 마지막 한두 시간을 남기고, 나는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 p159
*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P213
*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