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변명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두가지 뜻이 있다. 첫번째 뜻은 누구나 알고 있는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함이고, 두번째 뜻은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뜻인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이다. 그래도 변명이란 단어보다는 변론이라는 단어 선택이 좋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스스로 변론하는 과정과 유죄를 판결받음으로 감옥에서 독배를 마실때까지의 친구와 제자들과의 대화를 적고있다.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들을 포함하여 수십세기를 뛰어넘어 현세까지 전해지는 현자들의 공통점중 하나는 스스로 저작물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들도 플라톤의 대화편을 통해서 전해질뿐 자신은 어떠한 저술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서 초연했다. 책을 읽다보면 그는 자살하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는 충분히 무죄판결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도 있었으며 유죄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사형까지는 언도 받지 않았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사형을 자초하는 형국으로 몰아간다.
죽음이 최대의 선인지 아닌지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려운 나머지 죽음을 최대의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p33
나는 여러분의 방식에 따라 말함으로써 생명을 보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나의 방식대로 말하고 죽는 것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p51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뿐입니다. p56
그는 조금도 두려운 빛을 나타내지 않고 죽었으며, 그의 말이나 태도는 고상하고 정중해서 나는 그가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신의 부름 없이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며, 저 세상에 닿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그야말로 바로 그러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시간에는 당연히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마련인데 나는 그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p85
죽음은 패배이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최후는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을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써 승리를 거두웠다. 패배하지 않는 죽음. 아름다운 죽음.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만큼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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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은 얼마나 묘한 일인가, 그리고 쾌락의 반대라고 여겨지는 고통과의 관계도 또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 쾌락과 고통은 동시에 같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으면서도 그 중 하나를 추구해서 얻은 사람은 대체로 다른 하나도 어쩔 수 없이 얻게 마련이기 때문이야. p88
* 철학은 바로 죽음의 연습이 아니던가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