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험버트 험버트는 파리 태생으로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에너벨이라는 몇 달 연상의 소녀와 첫사랑에 빠지나 좌절되고 몇 달 후 그녀는 병으로 죽고 만다. 이 슬픈 추억은 그를 아홉 살이나 열네 살 사이의 어린 소녀를 탐하게 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만든다. 험버트는 어린 소녀에 대한 내밀한 욕망을 억제하고 정상인처럼 행동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그래서 20대 후반의 발레리아와 결혼을 하나 그녀는 다른 남자와 도망친다. 미국으로 건너온 서른일곱살의 험버트는 우연히 알게된 샬로트의 열두 살 난 딸, 롤리타에서 광적인 사랑을 느낀다. 롤리타의 결에 머물기 위해 샬로트와 결혼을 하나 샬로트는 험버트의 충격적인 일기를 보고 허둥대다 사고로 죽는다. 그후 롤리타의 보호자가 된 험버트는 롤리타의 순결을 지켜주려하나 오히려 롤리타의 유혹에 자제된 정욕은 허물어져버린다. 중간에 비어즐리에 정착하기도 하나 두번째 여행을 떠나나 도중에 롤리타는 사라져버리고 3년을 찾아 헤맨다. 단념하고 살아가고 있을 즈음 롤리타의 돈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그녀에게 돌아와 줄 것을 간청하나 거절당한 험버트는 롤리타를 꾀어낸 퀼트를 찾아내 살인을 한다.
롤리타컴프렉스란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정도니 안 읽어 본 사람들도 대충의 내용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런 소설은 왜 쓴거지? 읽는 동안 내내 이런 의문과 함께 성도착증에 빠진 정신병자의 수기와 같은 일방적인 사랑의 도피 행각은 언제쯤 끝나는 것인지 짜증이 밀려왔다. 결론에 이르러서야 미친 사이코로만 보이던 주인공 험버트의 애걸하는 모습은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킨다.
넌 정말, 정말이지, 물론 내일은 아니고, 모레도 아니고, 하지만, 그래, 어느 날, 어느 때든지, 나와 함께 살지 않겠니? 만일 네가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주기만 한다면 나는 새로운 신을 창조하여 가슴으로 울며 감사할 거야. p383
작품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나보코프는 도덕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말년에는 나비 채집과 연구를 하며 소일했다고 하니 인간사에 초탈하며 살았나보다. 그의 작품 성향을 알 수 있는 말이 해설에 나온다.
포크너의 [8월의 빛]을 순수와 과장으로 점철된 케케묵은 낭만주의라고 비난하고 이런 것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감동을 주지만 문학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어서 성적 묘사가 삭제된 듯한 소설을 쓰는 헨리 제임스를 성적인 무능으로, 종교적 귀의를 인간 구원의 길로 제시하는 T.S. 엘리엇을 목사라고 혐오했다. P436
롤리타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이 안쓰럽다. 집착은 결국 연민을 불러 일으킬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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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 있는 사 피트 십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p15
* 긴장이 고조되어 터질 것 같다. 바이올린 줄이 날카롭게 울린다면 내가 바로 그 줄이었다. p175
* 순진함과 속임수가 공존하고, 매혹과 천박함, 우울한 불만과 분홍빛 환락이 공존하는 롤리타 p201
* 해변들이란 외로우면 너무 황량했고 타오를때면 너무 복작거렸다. p229
* 헤프고 귀여운 것들은 얼마나 잊기를 잘하는지, 몽땅 다 잊는다. 사랑에 빠진 우리 늙은 연인들은 그들, 님펫의 아름다움을 단 한 개도 놓치지 않고 간직하는데. p301
* 죽는다는 것이 아주 두려운 것은 왠지 알아?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거야. p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