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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無不爲自然
2012. 11. 10. 11:07
설국
인도의 타고르 이후 동양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 자연에 대한 특히 겨울 이미지의 감각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조각이라도 하듯이 아름답게 다듬어 놓았다.
대지에 가득히 덮인 눈이 얼어붙는 소리가 땅 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듯한 매서운 야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들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별들이 공허한 속도로 떨어져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 별의 무리가 눈에 가까워짐에 따라 하늘은 더욱 멀어지며 밤의 빛깔을 짙게 했다. 접경의 산들은 이제 겹친 윤곽도 분간할 수 없게 되고, 그 대신 그 만한 부피가 있음직한 검은 빛으로 별이 빛나는 하늘자락에 무게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선명한 정적 속의 조화였다. p57
야스나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 조부모를 모두 잃었다. 성장하면서 애정결핍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유독 눈에 많이 띄는 단어는 헛수고이다. 유사어인 도로(徒勞)까지 가세하고 있다. 결말은 사랑은 헛수고로 끝난다. 단지 사랑의 등불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게이샤 고마코가 애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