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흥미롭게 읽은 지라 그의 작품을 하나 더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다. 원래 1장으로 끝났을 단편소설이였는데 반응이 좋아 11장까지 연재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짜임새 있는 이야기 중심의 소설이 아니라 소소한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되어버려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간 세상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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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진리는 소인배의 귀에 들어오지 않으며, 양춘백설(陽春白雪)의 시(詩)에는 화답하는 자 적도다. p221
* 인간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다. 날로 먹어도 되는 것을 일부러 삶아보기도 하고, 구워보기도 하고, 식초에 담궈보기도 하고, 된장을 찍어보기도 하고, 툭하면 쓸데없는 수고해가며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 p231
* 옛날에 어느 학자가 아무개라는 고승(高僧)을 찾아뵈었더니, 고승은 웃통을 벗고 앉아서 항아리를 닦고 있었겠다. "무엇을 만드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뭐, 시방 거울을 만들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지"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학자는 놀라서 "아무리 고승이라지만, 항아리를 닦아서 거울을 만들 순 없겠지요" 했더니, 고승은 껄껄 웃으면서, "그런가, 그렇다면 그만두지. 아무리 책을 읽어도 도(道)는 알지 못하는 것도 그런 거 아니겠나?" p355
* 세상에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간혹 있다. 고집만 부리면 이긴 것 같은 기분인데, 본인의 인물로서의 시세는 훨씬 하락해버린다. 이상한 일은 고집쟁이 본인은 죽도록 자신의 면목을 세웠다는 양, 그때 이후로 남이 경멸하고 상대해주지 않는다고는 꿈에도 깨닫지 못한다. 행복하다 하겠다. 이런 행복을 돼지 같은 행복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p384
* 어쩌면 이 사회는 모두 미치광이들이 모여 사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 다소나마 이치를 알고 분별이 있는 놈은 차라리 방해가 되므로, 정신 병원이란 것을 만들어서 처넣고 못 나오게 하는 것이나 아닐까? 그렇다면 정신 병원에 갇혀 있는 것은 보통 사람이고, 병원 밖에서 날뛰고 있는 쪽이 오히려 미치광이다. 미치광이도 고립되어 있는 동안에는 어디까지나 미치광이로 치부되고 말지만, 단체로서 세력을 가지면 건전한 인간이 돼버리는지도 모른다. p387
* 한가해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p507
* 일월(日月)을 베어 떨어뜨리고, 천지를 분쇄하여 불가사의한 평화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죽는다. 죽어서 태평을 얻는다. 죽지 않고선 태평을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마운지고, 고마운지고. p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