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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 - 도스토예프스키

無不爲自然 2012. 7. 13. 22:32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줄거리는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우리의 막장드라마는 러시아의 것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아들의 다툼. 형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동생. 

 줄거리는 막장이지만,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는 신과 종교에 대한 것들이다.

 

<관상학자라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 뒤 여기에는 어떤 상념도, 어떤 생각도 없으며 그저 어떤 관조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을 법하다. 화가 크람스코이의 그림 중에 관조자라는 제목의 훌륭한 그림이 한 점 있다. 겨울의 숲이 묘사되어 있고, 숲속 길에 다 헤진 카프탄을 입고 짚신을 신은 한 농부가 길을 잃은 채 아주 깊은 고독에 잠겨 홀로 서 있는데, 꼭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지만 실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누가 그를 툭 친다면, 그는 꼭 잠에서 깬 양 몸을 부르르 떨면서 상대방을 바라보겠지만, 무슨 영문인지 통 모를 것이다. 사실, 그 즉시 정신을 차리긴 해도 그에게 이렇게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분명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하지만 그 대신, 분명히 관조하는 동안 받은 인상은 자기의 내부에 감춰 둘 것이다. 그에게 소중한 것은 바로 이 인상들이어서, 분명히 의식도 하지 못하면서 살금살금 인상들을 축적하고 있는 것인데 - 무엇을 위해서, 왜 그러는지도 물론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수많은 세월 동안 인상들을 축적한 뒤 갑자기 모든 것을 내던지고서 편력 생활과 수도 생활을 위해 예루살렘으로 떠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갑자기 고향 마을에 불을 질러 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중들 사이에는 이렇게 관조하는 자들이 상당수 있다. 분명히 바로 이런 관조자들 중 하나가 바로 스메르쟈고프이고, 또 분명히 그 역시 거의 목적도 아직 모르면서 자신의 인상들을 탐욕스럽게 축적하고 있는 것이리라.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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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받은 모욕을 어쩌다 잊었다거나 일부러 용서해 주었다는 식의 표정도 아니고 그저 그런 것은 모욕도 뭐도 아니라고 생각 p43

*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결국 자기 내부에서도, 자기 주위에서도 어떤 진실도 분간하지 못하게 되며, 그리하여 자기 자신도, 타인들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게 되면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고,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껏 즐기고 기분을 풀자니 정욕에, 조잡한 음욕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완전히 짐승과 다름없는 죄악의 소굴로 "빠져들게 되는 법이니, 이 모든 것이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거짓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p93

* 인류에 대한 나의 '실천적인' 사랑을 곧바로 식게 만들 수 있는 뭔가가 정말로 있다면 그것은 오직 배은망덕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보답의 노예인 겁니다. 120

* 인류 전체를 더 많이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인 사람들, 즉 사람들 개개인은 점점 덜 사랑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몽상 속에서는 인류에 대한 열정적인 봉사를 생각하기에 이르고 갑자기 어떤 식으로든 요구가 있을 시엔 어쩌면 정말로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 행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를 하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지만, 정작 고작 이틀도 누구와 한 방에서 지낼 수 가 없다. p120

* 몽상적인 사랑은 어서 빨리 만족할 만한 위업을 달성하여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우러러봐 주길 갈망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서 목숨조차도 내놓을 것이지만, 다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마치 연극 무대에서처럼 어서 빨리 성사된다는 조건으로만 말이죠. 하지만 실천적인 사랑, 그것은 노동이자 인내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말하자면 완전히 학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p123

* 전쟁, 외교관, 은행 등등의 소멸을 꿈꾸는 멋진 유토피아적 몽상 p132

-> 유토피아는 결코 자본주의 사회는 아닐 것이다.

* 크나큰 고뇌를 보게 될 것이며 그 고뇌 속에서 행복해질 것이다. p161

* 식탁 위의 돈을 훔치지는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자기가 대단히 정직한 사람인 양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p178

* 우리네 세상에서는 쓰러지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드러눕게 마련입니다. 우리네 세상에서는 일단 쓰러졌다하면, 영원토록 그렇게 드러누워 버려라 하는 식이죠. p195

-> 지금 보다는 낫네. 요즘은 쓰러져있으면 밟아 뭉개는 세상인데.

* 악마와 신이 싸우는데 그 전쟁터가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인 거지. p228

* 자신의 속내를 죄다 보여 줬다는 것 때문에 부끄러워진 겁니다. 바로 그래서 이제는 나를 증오하게 된 것이고요. p451

* 인간의 얼굴이 사랑에 서툰 많은 이들에게 있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일이 자주 있다. p497

* 말을 둘러치는 솜씨가 놀라울 정도로 일품인걸, 꼭 [햄릿]의 폴로니우스 같아. p502

-> 이 소설에는 이런 식의 비유가 많다. 실러나 푸쉬킨 등등.

* 선택의 자유와 같은 무서운 짐이 인간을 짓누른다 p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