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As I lay dying)
윌리엄 포크너? 생소하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심령소설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이 책 뒤에 붙어 있는 수식어가 찬란하다. 그것이 이 책을 고른 이유이다. 열거해 보자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뉴스워크> 선정 100대 명저,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퓰리처상 수상 작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의 나는 '애디'이다. 애디는 고지식하고 무능력한 남편 앤스의 부인이자 오남매(캐시, 달, 주얼, 듀이 델, 바더만)의 엄마이다. 애디는 관에 죽어 누워 있는 상태이고 그 관을 매장하러 40마일 떨어진 제퍼슨까지 가는 열흘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힘겨운 여정이 답답하고 심지어 우매해 보이기도 한다.
소설 속의 나는 다중화자 형식으로 끊임없이 바뀐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가족들의 인식상 문제점을 다소 희극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인 앤스는 부인의 마지막 소원인 친정 제퍼슨에 묻어주러 가는 걸 커다란 애정 표시인 듯 여러번 마을 사람들에게 뇌까리면서도 묻어 주고 오는 길에 새로운 부인을 얻어가지고 오는 것이라든지, 듀이 델은 장례를 위한 여정 중에도 혼전 임신에 따른 아이를 지우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터질 듯해 보이고, 목수인 큰 아들 캐시는 관을 만드는 일에만 열정을 쏟아 붓는 등등등..
암울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포크너의 글은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 작품도 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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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은 마음을 보신다. 사람마다 정직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 뜻에 의문을 품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p12
* 그녀의 눈은, 촛농이 녹아 흘러내리는 두 개의 촛불과도 같았다. p13
* 종종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고 모든 일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p31
* 하느님이 무엇인가를 계속 움직일 목적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길이나, 말, 혹은 마차처럼 앞뒤로 길게 뻗어야 한다. 그런데, 한자리에 머물도록 만든 것이라면, 나무나 사람처럼 위아래로 뻗어야 한다. p44
-> 여행을 하기 위해서 길게 뻗은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길을 가다보면 과연 움직이는 게 나인가 풍경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매우 불운하고 가망이 없는 경우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p51
* 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p53
* 동정심이나 연민에서 우러나와 진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을 방에서 쫓아내고, 그 대신에 자기를 고작해야 마차 끄는 말로밖에 여기지 않던 짐승 같은 인간들에게 매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이해 불능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오만과 맹렬한 욕망은 우리 존재가 태어날 때의 초라하게 벌거벗은 모습을 감추려 하고, 우리를 수술대 위로, 다시 흙으로 격정적이고 고집스럽게 되돌리려 한다. p56
* 아무것도 모르는 뜨거운 흙 속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젖은 씨앗이 된 것 같다. p77
* 하느님은 사람을 행동하도록 만들었지 생각만 하라고 만들지는 않았다. p84
* 내 생각엔, 결혼이 유일한 해결책인 사람은 이미 가망이 없는 경우다. 코라의 말에 따르면, 하느님이 여자를 만든 이유란, 남자들은 옳은 것을 봐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니까 여자들이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85
* 누군가 와서 호수를 들어 올려 세로로 세워놓는다 할지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바보같이 보인다. p86
* 낯선 방에서 잠을 청하려면 네 자신을 모두 비워야 한다.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을 비우기 전엔 넌 네 자신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자신을 비우면 그때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완전히 잠들어 버리면 넌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내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른다. p95
* 만일 그 아이의 눈이 권총이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두 눈이 날 죽일 듯 쏘아보고 있었다. p131
*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 수는 없을 거다. 마음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는 것이 쉽진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p268
* 결국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는 어머니의 존재도 사멸과 함께 잊혀지는 정황은 삶에 대한 허무적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p308
월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1897~1962)
1929년 <음향과 분노> 출간
1930년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출간
1932년 <8월의 빛> 출간
1950년 노벨 문학상 수상
1954년 <우화>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