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30주년 기념판)
매혹적인 제목만큼 내용이 평이하지 않아 끝까지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중간에 그만 두고 싶었다. 이 책의 존재를 알고 호기심이 생겨 구입까지 한 독자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할 것이기 때문에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독자들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초등학생이 교과서를 읽듯이 글자 그대로만 읽은 부분도 꽤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진화론에 대한 재해석이라고나 할까. 대전제는 다윈의 진화론 중 자연선택의 단위가 종도 그룹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핵심적인 내용은 우리는 단지 유전자를 위한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이타적인 행동을 기대할 수 없으며, 설혹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개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전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이기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타적인 행위인 부모의 자식에 대한 오롯한 사랑마저도 유전자 입장에서는 살아 남기 위한 본능에 충실한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고 무자비한 이기적인 유전자로 유발되는 냉혹한 현실만 존재한다고 피력하진 않았다. 적어도 '당하면 갚는다'식의 관용과 협력이 자연선택될 수 있으며, 인간의 자유의지로 얼마든지 유전자의 지령을 배반할 수 있다는 점 등등을 들어 희망의 불씨는 남겨두었다.
말미를 보면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참고문헌'이 한두 개도 아니고 한두 페이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책이 씌어진다기 보다 만들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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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뇌는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항해서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정도까지 진화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피임 도구를 사용할 때 분명히 사실로 드러난다. p19
* 자연 선택의 과정을 보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온 것은 무엇이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p45
*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분자의 개체군에는 한층 더 오래 살아남는 쪽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p65
->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는 점도 진화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네..??
* 우리는 자신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진화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없다 p66
*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p93
* 늙은 개체는 그 종의 나머지 개체에 대한 이타적 행위로서 죽는다. 왜냐하면 번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늙어서 공연히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p100
* 노쇠는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는 현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p102
* 동물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는 처음부터 바로 속인다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p138
* 진화란 부단한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된 수준에서 안정된 수준으로의 계기적인 불연속의 전진인 것 같다. p169
* 개개의 동물이 집단 전체를 위해 의도적이고 이타적으로 스스로의 출생률을 감소시킨다고 제안했다. p204
* 생존 기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유전자라는 이기적 존재에 의해 지배되며, 게다가 이 유전자라는 존재는 장래를 예견하거나 종 전체의 행복을 걱정하는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전제이다. p206
* 야생 동물은 노쇠하여 죽는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노화도 되기 훨씬 이전에 굶거나 병들거나 또는 포식자에게 먹혀 버리게 된다. p207
*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는 일정한 한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이 암컷을 상대로 한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p257
* 암컷이란 착취 당하는 성이고 착취를 낳게 한 근본적인 진화적 기초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p364
* '브루스 효과 Bruce effect' 이 효과는 쥐에게 알려진 것으로 수컷이 분비하는 어떤 화학 물질을 임신중의 암컷이 맡으면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상이다. 암컷이 유산을 하는 경우는 이전의 배우자의 것과는 틀린 냄새를 맡았을 때로 한정된다. 수컷 쥐는 이 방법으로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죽이고 새로운 암컷이 자신의 성적 접근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365
* 새끼에게는 수컷의 유전자가 반이나 들어 있으므로 새끼를 버리는 것은 수컷에 대한 보복이 될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암컷에게는 위로가 못 된다. 앙갚음 그 자체는 그 자신에게 아무런 이점도 없다. 그 새끼에게는 암컷의 유전자도 반은 들어 있다. 이는 암컷이 혼자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딜레마이다. p266
* 암컷이 최종적으로 동의하기까지 교미를 인내하지 못하는 수컷은 성실한 남편이 될 가망이 없다. (....) 수컷이 속아서 다른 수컷의 아이를 양육하게 될 위험이 있을 경우 긴 약혼 기간은 수컷에게도 유리하다. p269
* 한 마리의 불임의 일벌이 죽는 것은 자기의 유전자에게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것은 나무의 유전자가 가을에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과 똑같은 것에 불과하다. p303
* 바이러스는 우리의 몸과 같은 '유전자 집합체'에서 이탈된 유전자일지도 모른다. p318
* 맹신은 어떤 것도 정당화할 수 있다. 344
*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었지만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는 것이다. p349
* 이기적 유전자의 기본 법칙에서 이탈하지 않고 서로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세계에서조차도 협력과 상호 부조가 어떻게 번창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다. p383
* '당하면 갚는다' 유의 전략의 중요한 특징은 관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살펴 본대로 그렇지 않으면 상처를 서로 주는 상호 역습의 반복에 견디기 어려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한몫을 한다. p388
* 흡혈 박쥐는 이기적 유전자에 지배되면서까지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자비심 깊은 사상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p396
* 우리 모두는 태고의 기생자들의 통합체의 유물일지 모른다. p413
* 원칙적으로 말해 사실상 유전자는 개체의 체벽을 통과하여 바깥 세계에 있는 대상을 조작한다. 대상의 일부는 생명이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다른 생물이며, 또 어떤 것은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아주 작은 상상력만 있다면 방사상으로 뻗은 확장된 표현형의 힘의 그물 눈 중심에 위치하는 유전자를 볼 수 있다. p445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