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느낌은 고리타분함이다. 색이 바래다 못해 만지면 부스러져 버릴 거 같은 고서들을 속에 도대체 뭘 알겠다는건지. 아무리 온고지신이니 어쩌니 떠들어대도 그런 고리타분한 보수적 색채가 강할거 같은 그런 학문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쏟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저자가 근현대사를 전공해서 그런지 마산출신의 70대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역사라는 힘든 시기임에 굴곡은 있었지만 무난하게 살아온 인생이다.
별 생각없이 살았던 결국 이런 책도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사람들만 보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슬프다.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을까? 할 말은 속시원하게 하고 사는. 역사관, 진실,
우리의 광복은 개에게 뼈다귀가 주어지듯이 그렇게 가련하게 찾아왔다. 그로 인한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광복이라도 뜻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광복절보다는 우리 후손이 기억해야할 날은 국치일이지 않을까? 광복이 남의 손에 이루어졌다면 국치는 우리의 손에 이루어진만큼 더 잊지않고 기억하며 그러한 과거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후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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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식민지' 시대라 하지 않고 일제'강점기'라 표현하는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p27
* 속없는 사람들이 흔히 "남자는 군대에 가봐야 된다."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방의무는 신성하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인간사회가 미개해서 전쟁이 문제해결의 최고수단이던 시대나 양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활개치던 시대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인간역사의 최종 지향점은 평화주의 및 세계평화의 정착 그것이다. 인류역사의 큰 길은 지구 덩어리 전체를 하나의 평화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중략)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직 중에 가장 비인간적인 것의 하나가 군대라는 생각이다. 이상주의적 생각이라 할지 모르지만 군대가 필요 없는 세상, 그것이 곧 인류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상 그것이라는 생각이다. p133
* 식민지화의 주된 원인이야 물론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있지만, 조선왕조 지배층의 아둔함과 무능 부패에도 책임이 있었다. p151
* 박정희정권의 업적 중 농촌을 잘살게 해줬다는 새마을운동이 높이 평가되어, 심지어 외국에서까지 배우려 한다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것에도 잘못 평가된 점이 있다. 새마을운동이 농민을 잘살게 하려는 운동이었다면, 이 운동이 시작될 무렵 전체 인구의 30%가 넘었던 농촌인구가 농촌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그곳에서 잘살게 되어야만 했을 것이다. (중략) 자본주의경제가 발달할수록 1,2차산업 종사자는 줄게 마련이고 3차산업 종사자가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며 쉽게 '포기'해버리고, 그 결과 인간성이 메말라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하면 그야말로 할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1,2차산업도 당연히 균형적으로 발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1,2차산업 종사자가 증가할 수 있는 정책 수립과 시행이 요구되며, 그것은 또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파괴되어가는 환경을 회복하는 일과 연관되기도 한다. p224
*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해할 때 그 결과만을 중시하면 결과를 위해 있었던 과정이 무시되고 만다. 따라서 올바른 것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식의 역사인식이 되고 만다. p284
* 한때 잘못 갔던 길이라 해도 결과가 좋으면 그 길 자체가 마치 옳았던 것처럼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잘못 갔던 길은 잘못 갔던 길 그것으로 분명히 밝혀내는 것이 곧 역사가 추구하는 진실이라 할 것이다. p469
p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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